'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


獨 정치인, 데이터 수집 문제 고발

2009년, 아이폰3G가 한국에 상륙하며 본격적인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렸다. 걸어다니는 컴퓨터인 스마트폰이 이동통신시장에 본격 출시되면서 한국 사회는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가 실종되기 시작했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 서비스의 등장하면서 멀리 떨어진 친구의 안부까지 스마트폰으로 모두 해결이 가능해졌다. 심지어 자장면과 같은 배달음식조차 스마트폰으로 가능해졌고 마음만 먹는다면 이성친구도 사귈 수 있다.

스마트폰이 한국사회에 등장한 지 어느 덧 6년, 한국사회는 디지털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해 한국인 1명이 디지털 세상에 1년동안 사용한 시간은 총 1697시간. 우리가 수 많은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한 사실들은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축적되고 '빅데이터'라는 기법을 통해 분석되고 활용된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이렇게 쌓인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가는 지 알고 있을까.

신간 <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는 독일 녹색당 대표를 지낸 젊은 정치인이 데이터 수집과 관련한 문제를 고발한 책이다.

전 세계인은 하루 평균 25억기가 분량의 데이터를 쏟아낸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이러한 데이터에 군침을 삼킨다. 이를 분석하면 우리가 누구와 대화를 하는지, 구매한 아이템으로 무엇을 하는지, 어떤 노래를 즐겨 듣는지, 그리고 무엇을 삭제하는지를 점점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데이터는 곧바로 돈이 된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데이터는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자리 잡고, 국가는 이런 데이터를 감시수단으로 활용한다. 기업과 국가가 밀접히 결탁해 공생하고 있는 게 요즘 추세라고 한다면 과장은 아닐 것이다.

만일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는 늘 감시당하고 있는 셈이다. 조지 오웰이 쓴 <1984>에서 나오는 '빅 브라더'가 이미 21세기에는 현실이 된 셈이다.

지난 2013년 미국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개인정보 수집과 감청은, 국가가 개인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

개인정보는 인터넷을 통해서만이 아니다. 신용카드, 폐쇄회로(CC)TV, GPS, 전자칩 단말기, 사물인터넷 등에 축적되는 개인별 데이터는 도처에서 생성되고 가공된다.

책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국가정보기관이 도이체텔레콤에 요청한 고객정보 요청 건수는 무려 43만건. 하루 평균 1200번, 1분에 한 번꼴로 개인의 자료가 국가에 넘어간다. 독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한국, 미국 등 전 세계 각국이 비슷한 양상이다.

말테 슈피츠·브리기테 비어만 지음, 김현정 옮김, 책세상, 284쪽, 1만5000원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