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접 캐나다서 열려 부담...2인자 제롬발케 사무총장 불참
국제축구연맹(FIFA) 부패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 참석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캐나다 월드컵 개막식은 7일 에드먼턴의 커먼웰스 경기장에서 개최국 캐나다와 중국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앞서 열린다.

블라터 회장은 지난달 7일 영국 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회장 선거를 불과 이틀여 앞두고 미국 검찰은 FIFA 고위직 9명을 포함한 총 14명의 축구계 인사를 무더기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블라터 회장으로서는 자신에게 칼끝을 들이대고 있는 미국의 바로 이웃 나라를 방문하기가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블라터 회장은 지난 4년간 미국을 단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 ESPN이 방송한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블라터 회장이 미국에 발을 들이지 않은 것은 미 사법당국의 수사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당시 "여러 정황상 미 사법당국이 블라터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미 발부받아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블라터 회장의 최측근인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이 2일 캐나다 월드컵 개막식 참석을 전격 취소키로 한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각종 연령별 대회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FIFA 행정실무의 총 책임자가 여자 축구 최고의 축제인 여자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미국 수사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발케 사무총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010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중남미 집행위원들에게 1천만 달러(약 111억 6천300만원)의 뇌물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FIFA는 "발케 사무총장은 스위스 취리히에 남아 본부의 업무를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발케 사무총장이 캐나다에 가지 않는 것은 미국의 수사를 의식해서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블라터 회장도 발케 사무총장의 뒤를 쫓아 캐나다 방문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물론 일각에선 "나는 여자 축구의 대부"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블라터 회장의 여자축구에 대한 애정을 감안한다면 개막식에 참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블라터 회장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고 있는 미국의 코 앞에서 열리는 여자 월드컵에 참석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킬지 여부는 향후 FIFA의 부정부패 사건 수사의 진행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