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법령 제정' 건의서 제출 … 구체적 방법 미흡
충남·부산, 토론회·용역 등 근거 마련 착수
인천시가 전기 요금을 지역별로 차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부를 설득할 근거 마련에는 미흡한 모습이다. '지역 간 차등요금제'를 요구하면서 지난 1년간 시가 내놓은 것은 종이 한 장 분량의 '법령제정 건의서'가 전부다. 시가 무턱대고 정부를 조를 동안 타 지역에서는 시민 공청회와 타당성 용역을 벌이며 구체적 방법 도출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시는 26일 '발전소 입지지역 환경개선지원법 제정'(가칭) 건의서를 정부 측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건의서는 타 지역으로 송전되는 전기에 차등요금제를 적용하도록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시는 지난 7월부터 전기사업법 개정을 정부에 요청하면서 이와 비슷한 내용의 건의서를 연이어 제출하고 있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이 문서에는 ▲사업개요 ▲필요성 ▲문제점 ▲건의사항 등이 간략하게 명시돼 있다. 수도권 전력 공급처인 인천이 겪고 있는 어려움, 요구사항 등이 담겨있지만 차등 요금제를 적용할 구체적 방법 등은 빠져 있다.

전력 생산에 따른 환경오염이나 사회적 갈등 비용 부담이 인천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자료에만 의존해 정부 측 설득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전력 최대 생산지인 충남이나 부산은 정부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공론화 작업과 함께 요구사항의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충남은 지난 12일 '사회적 비용과 원가주의를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국회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지역 간 차등요금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충남의 발전 시설에 의한 환경 피해 및 대응방안부터 지역별 요금 책정 방안까지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부산도 다음달 1일 '지역별 전기요금차등제 시민 토론회'를 연다. 서병수 부산시장,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부산시당 위원장을 비롯해 전문가 시민 등 12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두 토론회의 공통점은 단순히 국내 전기요금체계 왜곡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차등요금제를 도입할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특히 부산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학술용역을 시행하면서 차등요금제가 왜 꼭 필요한지를 규명하는 작업까지 나아갔다.

그동안 시는 이번 사안을 놓고 인천과 충남이 필두라고 밝혔으나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거기다 더해 발전소로 인한 경제적 득실을 놓고 시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려 추후 정책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발전소 운영으로 얻어지는 경제적인 부분도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며 "차등요금제를 적용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