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5할 미만팀 15년만에 4강, 선수들 열정적 … 경기내용 훌륭
동부와 PO 3차전 평일 최다 관중, 타 팀팬도 응원 … "하루하루 벅차"
"우리 전자랜드 농구단이 인천 홈팬들은 물론 농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하루하루가 벅차네요."

정규리그 6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턱걸이 한 인천 전자랜드가 강팀들을 상대로 '이변'을 이어가면서 농구계 전체를 흥분시키고 있다.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에서 치르는 한경기 한경기가 모두 짜릿한 결과로 나타나면서 팬들은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도 "전자랜드가 농구 자체의 재미를 일깨웠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23일 원주 동부와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은 무려 만석(7800)에 가까운 7705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는 역대 전자랜드 평일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이다. 25일 열리는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역시 비슷한 규모의 관중이 들 것으로 보인다.

7705명이 든 23일 경기를 2500여명이 예매했는데, 25일 경기의 경우 24일 오후 4시 현재 3000여명이 예매를 한 상태다.

"23일 경기 전 매표소에서 내가 아는 서울 삼성 팬을 만나 어쩐일이냐고 물었더니 전자랜드가 농구를 너무 재밌게 해서 응원하러 왔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전자랜드 관계자의 설명이 이 열기를 증명해준다.

정규리그에서 25승29패로 승률이 채 5할도 되지 않는 성적을 내고도 6강 플레이오프에 겨우 오른 전자랜드가 팀을 떠나 농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것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승률 5할 미만 팀이 4강에 오른 것은 지난 1999-2000시즌 안양 SBS(현 안양 KGC인삼공사·당시 21승24패) 이후 올해 전자랜드가 두 번째일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이 때문에 '절대 약세'라는 객관적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전자랜드는 6강에서 SK에 3연승을 거두고 정규리그 2위 원주 동부(37승17패)와의 4강전에서도 3차전까지 1승2패로 선전하고 있다.

경기 내용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지겠구나 하는 경기를 모두 이겼고, 진 경기도 4쿼터 막판까지 결과를 알 수 없을 만큼 치열하게 싸웠다.

이렇듯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평소 기량의 몇 배를 보여주는 전자랜드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전자랜드가 66대 62로 이긴 지난 19일 1차전에서 전자랜드 차바위가 '동부산성'으로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하는 상대 선수들 속에서 악착같이 리바운드를 따내는 장면이나 23일 3차전에서 신인 정효근이 동부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을 제치고 공격 리바운드를 가져오는 모습들은 '열정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여자농구 플레이오프에서 역시 이변을 연출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서동철 감독이 "전자랜드의 경기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했고, 각종 인터넷 농구 게시판에는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전자랜드를 응원하게 됐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그 끝이 어디이든 투혼을 불사르며 여전히 '반란의 완성'을 꿈꾸는 전자랜드의 도전은 새로운 농구 역사의 한페이를 써내려가고 있다.

한 전자랜드 팬은 "올 시즌 전자랜드의 모든 플레이오프 경기는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농구 경기 중 가장 재미있고 짜릿했을 뿐 아니라 감동까지 있는 최고의 경기였다"고 추켜세웠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