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협의체 실무진 회의서 서로의 입장차 재확인
연내 타결 희박 … '서울 매립연장 제기' 가능성도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선제적 조건'의 연내 타결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우려한대로 인천시 요구에 서울·경기·환경부가 미적미적한 것으로 알려지며 협상 장기화는 물론 서울시가 매립 연장 카드까지 꺼낼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는 4자 협의체 회의 후 진행된 물밑 협상에서 서로간 입장차를 다시금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 과장급 이하 실무진은 지난 22일 환경부에 모여 4자 협의체 이후의 인천시가 제안한 선제적 조건을 놓고 회의를 벌였다. 국장급 실무단 회의를 갖기 전 세부 의견 조율을 위한 성격이지만 사실상의 4자 협의체의 향후 행보를 읽을 수 있는 자리였다.

시는 지난 3일 유정복 시장이 요구한 선제적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한 모든 협상에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한 선제적 조치는 수도권매립지의 지분권(서울시 71.3%, 환경부 28.7%)을 인천시로 일괄 이양할 것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할권을 환경부에서 인천시로 이관할 것, 수도권매립지 주변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정책 추진 등 3가지이다.

유 시장은 최근 "선제적 조건에 4자 협의체에서 수용 의사를 밝힌 만큼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어떠한 협상도 없다"며 재차 강조했다.

서울시는 유 시장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 4일 입장을 내놨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적 나서 "매립지로 감당해야 할 고통이 너무 컸던 인천시민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광범위한 사과를 했지만 "수도권매립지는 2500만 수도권 주민을 위한 필수 시설이며 대체재를 찾는 게 몹시 어렵다"는 꺼림직한 뒷맛을 남겼다. 박 시장은 또 "매립 종료 기간을 2016년, 2044년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유정복 인천시장이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한 만큼 여기서 논의할 사안이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 때문에 인천 안팎에선 서울시가 4자 협의체 회의에 우의를 점하기 위한 행동으로 비춰지기까지 했다.
시는 환경부의 경우 인천의 선제적 조건에 상당한 수용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서울시는 "선제적 조건에 합의하고 나면 매립지 연장에 대해 논의하기 힘들어진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당한 합의를 통한 매립 연장을 얻겠단 전략을 실무진 협의 때 엿보인 것이다.

시 관계자는 "실무진 회의에서도 입장차가 상당했기 때문에 국장급 실무단 회의로 협상 내용이 넘어가는 데 상당히 험해 보인다"며 "이 상태라면 선제적 조건의 연내 타결은 물론 연초까지 협상이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