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프로배구 남녀 1라운드 1위 OK저축은행·흥국생명
▲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 흥국생명 이재영
▲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
▲ OK저축은행 송명근
지난 시즌은 잊어라!

지난달 18일 개막해 10일 1라운드를 마친 NH농협 2014~2015 V-리그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여자부 흥국생명과 남자부 한국전력, OK저축은행 등 지난해 하위팀들의 반란 때문이다.


▲반전 주역 박미희의 흥국생명(여자부 1위)

2011-2012시즌부터 2년 연속 5위에 머물더니 급기야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로 추락했던 흥국생명은 올 시즌 1라운드에서 최근 3연승의 신바람을 내면서 1라운드 최종 4승1패(승점 11)로 1위에 올랐다.

흥국생명의 변화 요인은 우선 선수 시절 '코트의 여우'로 불린 박미희 감독에게서 찾을 수 있다.

박 감독은 초보사령탑이지만 V리그에 앞서 지난 7월 열린 컵대회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끄는 등 해설자로서의 오랜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패배감에 젖어 있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가장 좋은 선수는 팀"이라면서 "팀플레이를 잘하는 흥국생명을 만들겠다"는 그의 생각도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흥국생명은 팀 공격종합, 속공, 후위공격, 서브 부문에서도 1위이지만 팀 수비와 리시브 부문에서 1위, 디그와 세트 부문에서는 2위에 오르는 등 끈적끈적한 팀 색깔을 새로 칠해가고 있다.

흥국생명의 기세는 한동안 쉽게 누그러들 것 같지 않다.

올 시즌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신인 이재영도 다시 가세했다.

고교 졸업을 앞둔 이재영은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했다가 팀에 복귀한 뒤 지난 9일 KC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무려 75%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16득점을 올려 차세대 토종 에이스로서 제 몫을 단단히 했다.


▲막내 OK저축은행의 파죽지세(남자부 1위)

남자부의 경우 지난 시즌 최하위팀 '한국전력'과 창단 2년차 막내인 'OK저축은행'이 돌풍을 일으키며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라운드 OK저축은행 대 한국전력 경기는 '오한(OK저축은행 VS 한국전력)' 경기로 불리며 빅매치 대열에 올랐을 정도다.

특히, 창단 첫 해인 지난 시즌 7개 팀 중 6위에 머물렀지만 올 시즌에는 다크호스를 넘어 우승후보로까지 꼽힌 OK저축은행은 시작부터 위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7연패를 달성한 '명가' 삼성화재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 1로 승리하며 파란을 예고했던 OK저축은행은 1라운드에서 5승1패로 승점 14를 쌓아 당당히 1위에 올라있다.

우리카드에만 2대 3으로 졌을 뿐 삼성화재·대한항공(이상 3승 2패·승점 12) 등 강호들도 OK저축은행을 막지 못했다.

"지난 시즌 한 번도 못 이긴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을 올 시즌에는 이겨보고 싶다"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의 바람은 1라운드 만에 이뤄졌다.

OK저축은행 돌풍의 주역은 단연 '시몬스터'로 불리는 쿠바 국가대표 출신 외국인 선수 로버트랜디 시몬이다.

11일 1라운드 MVP로 뽑힌 시몬은 V리그 데뷔 무대였던 삼성화재와 경기를 시작으로 1라운드 6경기에서 세 차례나 트리플 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공격 각 3개 이상 성공)을 달성하는 괴력을 선보이며 코트를 평정했다.

206㎝의 키에서 뿜어대는 강타, 뻔히 알고도 당하는 속공, 가공할 만한 서브, 그리고 철벽 블로킹에 수비까지 척척 해대는 시몬의 활약에 상대팀은 혀를 내둘렀다.

시몬은 현재 서브 1위, 득점 2위, 속공 2위 등에 올라 있다.

여기에 레프트 공격수 송명근이 공격종합 부문 3위에 오르는 등 공격의 한 축을 받쳐주면서 팀의 상승세를 거들고 있다.

수비형 레프트 송희채와 리베로 정성현의 안정적 수비와 리시브도 OK저축은행의 선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한편, 올 시즌 1라운드에만 총 7만1808명(13-14시즌 같은 기간 6만8913명보다 약 4.2% 증가)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프로배구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