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시선] 메이드 인 경상도
▲ <메이드 인 경상도> 김수박 지음 창비 236쪽, 1만2000원
대구 거주 만화가 '지역감정 근원' 1980년대 생활상 사실적 묘사



선거철만 되면 언론들은 지역감정으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며 지역주의를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로 경상도에서는 새누리당이 전라도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대부분 선거구를 독점하다시피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독 경상도와 대구, 일명 TK(대구와 경북)지역과 전라도에 대한 이야기는 '지역감정', '지역주의'를 설명할 때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경상도 사람은 보수적이다", "경상도 사람은 마초다", "전라도 사람은 뒤통수를 친다" 등의 선입견이 아직도 여전하다.

이러한 인식은 지역감정의 골을 더 깊게 파는 데 기여한다.

<아날로그맨>, <빨간 풍선> 등 사람냄새가 가득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던 시사만화가 김수박이 '지역감정'을 다룬 만화 <메이드 인 경상도>를 통해 선거철이면 쏟아지는 "경상도, 도대체 왜 그러냐?"는 지속적인 물음에 답을 던졌다.

2006년 발표한 <아날로그맨>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다뤘던 저자는 이번에도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지역감정'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왜 한 나라에서 이렇게 반목하게 되었을까. 경상도는 왜 그런가.

경상도 출신이자 대구에서 살고 있는 저자가 그 물음에 답을 던진다.

지난 2013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창비 문학불로그에 연재된 만화를 묶은 이 책은 작가의 1980년대 유년 시절, 먹고살기에 바빴던 경상도의 풍경을 보다보면 오랜 반목의 뿌리를 더듬어낸다.

개인의 역사를 통해 본인이 이해한 '지역감정'에 대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책에서 저자는 '지역감정'에 대해 부인하지도, 과장하지도 않고 있다.

작가가 그린 80년대 경상도의 모습은 '먹고살기' 바빴던 경상도의 모습을 그렸다.

정권의 특혜를 받은 영남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산업화되고 발전하고 모두들 '먹고살기' 바빴던 당시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의 모습을 여과없이 그려냈다.

우리가 흔히 그리는 경상도 사람의 특성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며 자기 집안과 자기 지역만 중시한다는 점이 흔히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다른 지역의 70~80년대 가장들에게서도 흔히 발견되는 평범한 모습이다.

지난 날 대한민국을 살아온 사람들의 전반적인 특성인 셈이다.

저자는 "이 지역의 사람은 이렇다", "저 지역의 사람은 저렇다"는 태도를 배제하고 나니 경상도 출신으로 또렷하게 '광주'가 또렷하게 남았다고 말한다.

경상도 사람의 과거와 현재, 한가운데에 '광주', '1980년 5월 광주'가 있었다는 것이다.

책 마지막에 저자는 1980년 광주에 대해 아버지에게 질문을 던진다.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알았냐고. 알았다면 막아야 하지 않았냐고.

저자의 아버지는 "그 때는 시절이 엄혹했다. 묵고 살아야 될 거 아이가?"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역사의 뒷면을 모른 체했던 자신의 아버지에게 저자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선 수 년간의 고뇌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는 "경상도 사람들에게 있어 광주는 미안하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떠올리게 하고 그게 집단적인 감정이 되면서 반작용으로 더 광주 문제에 대해서 고개를 돌려버린 것"이라며 "침묵했던 '미안함'에 대한 마음의 빚을 물려받았지만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 세대에게 '지역감정'이라는 악습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갈등을 다시 물려줄 수 없기에 저자는 '남녀차별을 남자가 먼저, 동성애자 차별을 이성애자가 먼저 말하고 개선해야 하듯이 지역차별도 경상도 사람이 먼저 말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