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직위 구입재촉에 경제계 수억원씩 구입

직원·거래처 나눠줘도 소화못해 '휴지조각화'

정작 필요한 기업 문의해도 매진됐단 답변만

인천 지역 중소기업이나 산업 관련 기관들이 인천아시안게임 입장권 구매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다고 호소한다.

이번 대회에 일조하고 싶어 입장권을 구매하려 해도 도무지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분명,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들을 보면 대부분 빈자리 투성이고 찾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대량으로 입장권을 구매하겠다고 문의하면 표가 몇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는 것이다.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요즘 인천아시안게임 입장권을 구매하려다가 그만 둔 기업 관계자들이 많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아시안게임 표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수출 중소기업 가운데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권으로 진출한 기업이 많다.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막 후에도 입장권 구하려는 손길이 산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정작 표가 없어 구할 수가 없는 상태다.

인천 부평구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회사가 베트남 업체와 거래하고 있고, 외국인 근로자들도 생각해 다른 국가의 경기 입장권을 예매하려고 했더니, 어디다 문의해야 하는지 마땅치도 않고, 더군다나 표도 매진이라더라"며 "경기장은 텅텅 비었다던데, 의아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관련 협회 관계자도 "비인기 종목이나 약소국 경기 입장권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인천시 콜센터 등에 문의해도 대회 때문에 바빠서 그런지 20~30분 동안 통화 대기 상태고, 대체 어디서 이 많은 표를 사 놓고 묶어만 두는지 궁금할 정도"라고 목소릴 높였다.

적지 않은 곳에서 입장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놓고는 정작 대회 때 사용하지 않아 '휴지 조각'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돼 있었던 일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아시안게임 직전까지 입장권 판매 실적이 생각보다 저조하게 나타나자 인천시나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등이 경제 관련 단체들과 기업들에게 입장권을 사라고 제촉만하고, 사후 관리에는 손을 놨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대회 얼마 전부터 경제계 어떤 단체나 기업에서 몇 억씩 입장권을 구매했다는 소식이 연일 이어졌다.

인천지역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아시안게임 전 시에서 협조문 등을 통해 '경제계에서도 입장권 소비에 도움을 달라'고 많이 말했었다"며 "사실 지역에서 단체하고 기업하는 입장에선 시의 요구에 무작정 손사래만 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직원들이나 거래처 등에 나눠주는 정도로는 소화하지 못할 정도의 표들을 사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썩고 있는 입장권이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나 조직위 등에선 인천아시안게임 입장권 판매액이 200억을 돌파해 역대 최대 흥행 수준으로 보고 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