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조직위에 개막식 당일 경기장 주자 선정 요청
"다문화가정 감독·선수 각양각색 사연 등 상징성 커"
▲ 여자크리켓대표팀. /사진제공=인천크리켓협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성화봉송 일정이 확정된 가운데 대한민국 최초로 AG에 출전하는 크리켓 여자 대표팀이 개막식 성화봉송 주자로 뛸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천크리켓협회는 최근 '크리켓은 이번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최고의 유산'이라며,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개막식 당일 성화봉송 주자로 주경기장을 돌 수 있도록 해달라고 조직위원회에 요청했다.

경기장 밖을 뛰는 봉송 주자는 일반인의 신청을 받아 뽑지만, 개막식 당일 주경기장 안에서 이뤄지는 성화봉송은 개막행사의 일부로 간주돼 특별한 사연이 있는 인물들이 주자로 나서기 때문이다.

인천크리켓협회는 여자 크리켓 대표 선수들이 이런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입장이다.

크리켓은 지난 2010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당시 한국이 유일하게 출전하지 못한 종목이었는데, 이번에 첫 참가를 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 전 종목 출전이라는 신기원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또 현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있는 파키스탄 출신의 귀화 한국인인 나시르 칸(45)은 대회가 표방하고 있는 '소통과 화합, 배려의 대회'라는 대회 슬로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실제, 이번 대회는 민족 우월주의 대신 '이념과 종교, 민족의 갈등을 녹이는 평화의 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게다가 선수 전원(15명)이 인천시크리켓협회 소속으로, 배트민턴 생활체육 강사 출신의 46세 주부부터 체육 관련 전공 대학생까지 생소한 종목에 기득권을 버리고 도전했다는 점과 다양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누구 못지 않게 상징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전 2014 프로그램을 통한 유일한 한국 지원 종목일만큼 한국 내에서는 비인기를 넘어 '생소함' 그 자체였던 크리켓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는 것도 요청 이유 중 하나다.

인천크리켓협회 관계자는 "중국도 광저우 대회를 계기로 크리켓 대표팀이 꾸려진 뒤 지속적인 지원에 힘입어 최근 국제대회에서 준우승 했다"며 "한국도 잠재력이 있는 만큼 첫 출전인 인천 대회에서 그 존재와 사연을 널리 알리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일반 주자와 달리 개막식 당일 성화봉송 주자는 대표성과 상징성, 인지도, 공적 등 다양한 기준과 조건을 충족해야 뽑힐 수 있다"며 "이들을 포함, 9월 초까지 심사를 거쳐 4-5명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