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만들려는 발상 … 정체성 손상"
"보기 싫다는 이유로 겉모습만 바꾸려는 개항 각국거리 사업은 공간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지역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려는 발상이 엿보이는 비문화적 도시 재생일 뿐입니다."

손장원 재능대 부교수는 11일 오후 인천 중구 해안동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인천건축재단이 주최한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포럼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손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중구에서 벌어진 건물 외관 바꾸기, 고양이상 설치, 동화마을 조성을 보며 떠오른 단어는 '중구랜드'였다"며 "사람이 살아가고 삶이 어우러진 도시는 테마파크처럼 잠시 스쳐지나가는 일회성 공간이 아니다. 몇몇 사람이 마음대로 사업을 펼쳐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진삼 격월간 건축 잡지 <와이드> 발행인도 "개항 각국거리 사업은 단순히 짓고, 쌓고, 만들어내면 관광 자원이 될 거라는 단순 논리에서 비롯됐다"며 "구는 건물의 구조와 기능을 활용하려는 최소한의 고민도 없이 2개월 만에 거리를 통째로 바꾸는 무책임한 행정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고유한 경관을 살려야 도시 경쟁력이 커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지 인천가톨릭대 환경디자인학과 교수는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도시 재생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고,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커진다"며 "이미 알려진 장소의 겉모습만 따라하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손상시키는 '짜맞추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개항 각국거리 사업은 중구 우현로 39번길 일대 유럽풍으로 바꾸는 것으로 지난 7월16일 착공됐다. 구는 11억6000여만원을 들여 도로를 포장하고, 유럽풍 아치 조형물과 서양식 가로등을 9월 말까지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반발과 '짝퉁거리' 논란이 불거지자 구는 건물 외관을 유럽풍으로 꾸민다는 계획과 명칭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