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50세 남짓 … 퇴직 후 근로조건 나빠져도 생계 탓 재입사 급증
# 인천 남동구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 김모(52)씨는 지난해 지금의 회사에서 정년 퇴직하고, 올해 초 다시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정한 정년 퇴직 기준이 51세라 작년에 회사에서 나왔지만, 노후 준비 등이 미흡해 다시 회사와 비정규직으로 계약했다"며 "보너스 등이 지급되지 않아 정규직 때와 비교하면 임금은 줄지만,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인천 부평구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50세 이상의 중년 여성들이 업무 태도나 성실성 등 회사를 향한 충성도가 높아 퇴직 이후에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새로 인력을 뽑아 가르치려면 투자해야 하는 비용 등이 있어 퇴직한 여성들을 비정규직 신분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인천지역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50세 이상 여성들이 정년 퇴직 후에도 비정규직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고령화로 이전보다 더 많은 노후 생활자금이 필요한 데다 청년실업 문제로 자녀 독립이 늦어져 중·장년 여성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중소기업 여성의 명예퇴직 기준이 대부분 50세 남짓이라, 이 보다 고령의 여성들은 퇴직 후 일하려면 비정규직 신분으로 내몰려야 한다는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령의 여성들이 육아 뿐 아니라 인천지역 노동시장에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지역 산업에서 활약한 기간이 오래된 만큼, 일하는 여성들의 연령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 중소기업마다 여성 사원의 정년 퇴직 나이가 비교적 낮게 설정돼 있고, 그 수준도 예전과 비교했을 때 제자리 걸음이라 50세 이상의 여성 근로자들이 정규직 신분으로 일하기가 쉽지 않다.

퇴직후 돈을 벌어야하는 상황 때문에 비정규직이라는 기존보다 못한 대우에도 일하고 있는 여성 근로자들이 지역 중소기업에 태반이라는 말이 업계에서 나온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 조사'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591만1000명으로, 지난해 3월(573만2000명)보다 17만9000명 늘었다. 1년 동안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11만3000명(63.1%)은 55세 이상 여성이었다.

55세 이상 여성 비정규직은 지난해 78만5000명에서 올해 89만8000명으로 남녀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증가 폭이 컸다. 55세 이상 남성 비정규직은 6만5000명 늘었고, 35~54세 남성 비정규직(5만8000명)과 15~24세 여성 비정규직(1만9000명)이 뒤를 이었다. 반면, 25~34세 남성 비정규직과 35~54세 여성 비정규직은 각각 4만1000명, 3만7000명씩 줄었다.

근로 조건이 나쁜 여성 중·고령층 중심으로 비정규직이 증가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규직 노동자가 1시간에 1만원의 임금을 받았을 때,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올해가 6550원으로, 2007년(7320원)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커졌다.

인천지역 한 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는 "많은 숫자의 중·고령층 여성이 가계를 책임지고 있어, 지역 경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지만, 그 대접은 제자리 걸음"이라며 "특히, 여성의 정년퇴직 연령 기준이 낮아 퇴직후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