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서 음악이란 출구 통한 도전의 이야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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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약 1억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영국의 록스타 스팅(62)은 매력적인 음색과 탁월한 작곡 능력은 물론 사회 문제에 대한 폭넓은 관심으로도 유명하다.

노동자의 파업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해외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에는 3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재산을 여섯 자녀에게 거의 상속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스팅의 이러한 선택을 이해하는데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을 주는 그의 첫 자서전이 출간됐다. 그의 이름과 동명인 책은 '에릭 클랩튼'에 이어 출판사 마음산책의 뮤지션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스팅은 자서전에서 자신의 인생 전체를 다루지는 않는다. 유년기부터 밴드 '더 폴리스'(The Police)가 성공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래서 책은 '성공기'가 아닌 '성장담'에 가깝다.

그는 도입부 "내게 일어난 일을 나열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 대신 지금도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유년기와 젊은 시절의 특별한 순간과 사건, 사람들, 관계를 중심에 두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책은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부모의 오랜 불화와 쳇바퀴 같은 일상으로 방황하던 그가 음악이라는 출구를 만나 꿈으로 나아가는 도전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실패', '우울함', '촌스러움', '고물', '낡음'과 같은 단어들이 그의 삶 도처에 깔려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자존심으로 역경을 이겨나간다.

이제는 익숙한 이름 '스팅'조차 처음에는 그다지 달가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빌어먹을 스웨터를 딱 한번 입었을 뿐인데 까맣고 노란 줄무늬가 말벌처럼 보이게 했던 모양이다. 이후 바보같은 이름이 내게 붙기 시작했다"라고 고백한다.

스팅이 자신의 삶과 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두 뮤지션의 음악을 처음 마주한 순간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와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바로 그들이다. 

 "학교 수영장 탈의실 모퉁이 라디오에서 '러브 미 두'의 첫 소절이 흘러나온 순간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단순한 곡에 무언가 중요하고 혁명적인 게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101쪽)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는 모든 분석을 무의미하게 만든다...(공연이 끝나고) 그날 밤 침대에 누워서도 음악 소리가 내내 귀에 쟁쟁 울렸다. 이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106쪽)
그는 성공의 비결로 다름 아닌 '잡초 근성'을 이야기한다. 재산을 상속하지 않겠다는 결코 쉽지 않을 결심을 한 것도 자녀들이 같은 교훈을 얻길 바랐기 때문이 아닐까.

"'폴리스'의 영원한 유산은 노래다.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어떤 무대든 가리지 않고, 아무리 멀어도 한달음에 달려가고, 침대만 있으면 어디서든 자고, 100퍼센트를 주는 대신 결코 투덜대지 않는 우리의 잡초 근성이 바로 그것이다. 보잘것없는 존재로 시작했지만 용맹한 전사로 거듭난 뒤에는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었다."(387쪽)     마음산책. 420쪽. 2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