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희 한무리여성상담센터 대표 인터뷰
미혼모·노숙인·성폭력 피해자 무료상담·보금자리 운영
정부 지원·편견 개선 강조 … "행복찾기 치유 투자 초점"
2005년이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직후 인천 남구 숭의동 '옐로우하우스'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집창촌에 대한 단속이 휘몰아치면서다.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성매매 여성들은 갈 곳을 잃었다. 그해 겨울에는 전기와 가스마저 끊겼다.

장명희(사진) 한무리여성상담센터 대표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1990년대 중반부터 무료상담소를 운영하다가 잠시 옐로우하우스를 떠났던 때였다. 상담을 하며 알고 지냈던 이들로부터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급한 대로 공간을 구해 8명이 지낼 수 있는 쉼터를 만들었다.

장 대표는 "당시 성매매 여성들은 갈 데도 없고, 검진도 못 받고,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며 "쉼터를 꾸려 나가며 미혼모·노숙인·성폭력 피해자가 찾을 만한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이 함께 걱정 없이 지내고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금 한무리여성상담센터에서는 20명의 여성이 지낸다. 후원이 많지 않아 장 대표가 자비를 털고, 외부에서 받은 강의료를 보태고 있다. 장 대표는 "생활비와 공과금, 관리비용을 제하면 직원 인건비도 주기 힘든 실정"이라며 "운영이 어려워 전국으로 봐도 여성 노숙인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노숙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바뀌길 바란다. 노숙인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여성은 폭력을 피하다가 노숙인 처지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장 대표는 "예전에는 노숙인이 단순히 춥고 배고픈 이들이었지만, 지금은 사각지대에 몰려 우울증·공황장애 등을 앓으며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며 "처음부터 노숙인이었던 사람은 없다. 평범한 삶을 살고 노숙인을 보며 손가락질하던 사람도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장 대표는 '치유'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다. 바로 행복을 찾는 일이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진다. 지난해에는 제주도와 통영, 안면도로 '힐링캠프'를 다녀오기도 했다. 평소에도 김밥과 도시락을 싸서 가까운 곳으로 소풍을 간다.

"예전에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그동안 말 한 마디 안 하던 친구가 한 시간이나 노래를 부르더니 한참 우는 겁니다. '그동안 억눌리고 눈치만 보고 살았는데, 이제 자기가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고 했어요. 센터 식구들이 '이런 세상이 있구나'를 깨달으면서 눈을 뜨고, 입도 여는 모습을 보는 것, 그런 치유의 시간들이 우리가 찾는 행복이에요."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