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연안동발전협의회장
"고속도로 공사 땐 관광 발길 줄 것 … 우회도로 등 방안 마련을"
"삶의 일부이자 내 역사나 다름없는 연안부두가 점점 퇴색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지하차도 폐쇄는 곧 연안부두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연안부두에 터를 잡은 지 40년이 넘는 이태호(63) 연안동발전협의회 회장이 최근에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걱정이 앞선다.

가정을 꾸리고 생계를 이어온 곳이었던 만큼 연안부두에 애착이 큰 그는 최근 인천항 지하차도 폐쇄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요즘에는 인천항 지하차도 폐쇄 문제가 화두다.

지하차도가 있는 서해대로는 시내로 통하는 외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교통난이 심해져 연안부두를 찾는 발길이 뜸해질 것이 뻔하다"며 "그동안 연안부두 주민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 많은 것을 참아왔는데도, 이제 와서 행정기관은 전혀 보호를 해주지 않고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만명의 생존권이 걸려 있는 문제다.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주장하는 것일 뿐"이라며 "폐쇄하기 전에 우회도로 등을 통해 교통 혼잡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 결성 당시였던 1980년대 중반 왕래객이 줄어들고, 혐오시설이 하나둘 들어서는 것을 보며 위기감이 왔다. 삶의 터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지역 상인들과 마음을 모았다.

이 회장은 "조그맣게 활어 장사를 하고, 바닷가에서 포장마차를 할 때였다"며 "연안부두가 관광지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변하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상인 30여 명과 함께 협의회를 꾸렸다"고 말했다.

그는 연안부두의 과거를 기억한다.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도 점심을 먹으러 오던 연안부두, 바다였던 곳을 매립해 섬과도 같았지만 어느 곳보다도 활기를 띠던 연안부두가 뇌리에 박혀 있다.

그래서 갈수록 예전 모습을 잃어가는 연안부두가 안타깝다.

이 회장은 "연안부두는 인천의 상징적인 장소이고, 주민이 먹고살면서 키운 터전인데 지금은 난세에 처해 있다"며 "관광특구라는 명성에 걸맞은 행정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주민의 권익을 지키고, 관계기관과도 소통하면서 연안부두의 발전을 고민한다.

이 회장은 "연안부두는 인천을 상징하는 고향같은 곳"이라며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지하차도 폐쇄를 지역사회 차원에서 고민하고 연안부두의 발전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