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경쟁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야수들의 실책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승패가 엇갈리는 경기가 부쩍 많아진데다 실책으로 진 경기의 상처는 팀 분위기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책으로 경기에 지면 예민한 투수들은 야수들을 믿지 못해 무리한 투구를 하게되고 타격에서도 실수를 만회하려는 조급한 플레이가 나오는 등 정상적인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렵다.

 작년 우승팀에서 승률 7위로 미끄러진 한화는 잦은 야수들의 실책으로 아예 포스트시즌 진출을 포기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 두산, 롯데 등 상위팀들도 실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

 승률 1위를 여유있게 달리며 두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낙관하고 있는 현대는 주전들의 실책이 속출하자 비상이 걸렸다.

 15일 부산 원정경기에서 현대는 올림픽대표로 선발된 박진만과 박종호를 포함한 내야수들이 무려 7개의 실책을 남발한 통에 16대 3으로 대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8개 구단 가운데 삼성, LG 다음으로 실책이 적은 현대가 실책으로 경기를 망치는 일은 지금까지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무더위 속에서 강행군을 거듭한 야수들이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페넌트레이스 종반에는 타격의 슬럼프 못지 않게 무서운 것이 바로 실책의 급증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의 고민도 낯설지 않다.

 주전들의 부상과 선발 마운드의 붕괴로 어렵게 팀을 꾸려 나가고 있는 두산도 실책 때문에 포스트시즌 전망이 어두워졌다.

 16일 서울 라이벌 LG와의 경기에서 5개의 실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초반 대량 점수를 준 것이 빌미가 돼 9회말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던 두산은 내야 수비의 핵심선수인 김민호가 손가락뼈 골절로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돼 앞으로 실책에 대한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매직리그 1위 롯데도 팀 방어율에 비해 낮은 팀 타율과 함께 야수들의 잦은 실책이 2위 LG를 멀찌감치 따돌리는 데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롯데는 한화와 해태에 이어 8개 구단 가운데 3번째로 많은 실책을 기록중이다.

 이런 실책 공포는 1경기가 순위를 결정짓는 막판에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고 특히 단기전으로 치르는 포스트시즌에는 홈런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구단은 실책을 줄이려는 노력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판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