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SLC와 사업 축소 협상 중 … 미건설로 가닥

송도 6·8공구를 상징하는 151층 인천타워(마천루)가 '신기루'가 될 공산이 크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 6·8공구 사업시행자인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 간에 최근까지 진행되고 있는 사업 축소 협상 내용에는 151층 인천타워를 짓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송도 6·8공구 전체를 개발하는 '송도랜드마크시티' 사업을 진행하는 SLC 측과 사업 축소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인천경제청은 구체적인 축소 방안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양자의 협상 과정에서 인천타워를 건설하지 않는 명목으로 개발 면적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협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은 올해 초부터 두 차례에 걸쳐 SLC 측에 최후 통첩성 공문을 보냈다.

인천경제청이 제시한 안은 SLC 측이 송도 6·8공구 전체 개발에서 손을 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신 그동안 SLC 측이 투입한 비용 850억원(추정치) 등을 감안해 송도 6·8공구 가용용지 227만7000㎡ 가운데 33만㎡만 개발하는 안이다.

SLC 측이 개발할 수 있는 땅까지 정했다.

송도 6공구 인공호수와 인접한 공동주택용지 뒷편(대부분 공동주택용지)이다.

이 터의 토지 가격은 3.3㎡당 300만원 수준이다.

SLC 측도 사업 축소 협상 과정에서 이 땅을 인천경제청에 요구해왔다.

SLC 측은 인천경제청의 통보에 시간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SLC 측의 요구 시기는 이달 말이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하반기 SLC의 주주사인 삼성물산과 포트만홀딩스 측이 지분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되파는 움직임을 보면서 송도 6·8공구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 사업은 2006년 미국계 부동산 회사인 포트만홀딩스와 국내 건설사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인 SLC가 계획을 들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사업은 SLC가 송도 6·8공구 전체를 개발하고, 151층에 높이 587m 규모의 인천타워를 지어 인천경제청에 기부채납하는 구도로 짜여져 있다.

그러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 시기가 도래하자 SLC는 자금 부담을 이유로 선뜻 개발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이종철 인천경제청장은 송도 6·8공구 개발이 늦어진다는 시의회의 질책에 "SLC와 사업 규모에 대해선 합의를 이뤘지만 사업 추진에 대해 이견이 있다"며 "소송으로 가면 송도 6·8공구 개발이 멈춰 버리기 때문에 끝나기 전까진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인천타워를 짓지 않기로 확정한 것은 아니며 SLC도 건설하지 않겠다고 확정하진 않았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놓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