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혁신 첫 장편소설 '배달부 군 망명기' 발간

서민들 고단한 삶 표현

주류 사회에 저항 표출

통쾌한 복수·서사 전개

두 권의 단편소설을 통해 우리시대 서민들과 밑바닥 삶의 희망과 절망을 절묘하게 보여줬던 작가 조혁신이 첫 장편소설 <배달부 군 망명기>를 출간했다.

첫 소설집 <뒤집기 한판>을 통해 고단한 삶의 실상을 넘어서는 도시 서민들의 인정과 해학을 긍정적으로 보여주었다면 두 번째 소설집 <삼류가 간다>는 한층 우리시대 삶의 절망적인 면모가 드러난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작가가 만 3년 만에 출간한 첫 장편소설 <배달부 군 망명기>에서 작가 조혁신은 우리시대 하층민들이 처한 고립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을 뒤로 물리고 그 대신에 끊임없이 하층민들의 삶을 옥죄고 억압하는 주류사회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펼쳐 보여준다. 지역언론의 노조위원장을 맡아 저열한 현실의 속내를 치열하게 겪고 한동안 필리핀에서 지냈던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한 이 소설의 창작의도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고백한다.

"비극적 존재의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들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었다. 그들은 자본주의에서 깨지고 터지고 일터에서 쫓겨나고 짐승처럼 일하다가 죽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순간 나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떠올렸다. 비극적 삶을 희극적으로 그리고 자본주의를 희화하며 자본주의의 심장을 찌르는 이야기들을 말이다. 비주류들이 다시 자본과 '맞짱뜨는'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작가의 이러한 의도를 그대로 반영하듯, 이 소설은 하층민을 대변하는 배달부와 배달순 남매와 이들과 연대하는 하층의 지식인들이 자본과 권력에 대해 통쾌하게 설욕하는 통쾌담을 보여준다.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의 추악한 몰골과 그들의 앙상한 논리를 풍자로 일그러트리고, 여기에 기생하는 언론과 지식인들을 끝없이 조롱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국정원 댓글논란과 권력의 시녀가 된 언론들, 박근혜시대에 일어난 RO 내란음모 사건과 공무원간첩 조작사건 등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자본과 권력의 추악한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서 "만담이든, 만화든, 판타지든, 무협지든, B급 영화든, 포르노든 상관없이 소설에다 가져다 쓸 수 있는 형식이란 형식은 마구잡이로 차용"하는 종횡무진의 서사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실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이 소설의 재미는 기성권력에 대한 통쾌한 복수의 서사와 이를 능란하게 끌어가는 조혁신 작가의 풍부한 서사적 재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본과 권력에 대한 하층민들의 저항의 근원적 방법을 찾고자 작가는 퀵서비스 배달부인 배달부 군의 망명기를 배치하고 필리핀 반군과 만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리핀 반군의 투쟁 또한 자본이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우리시대의 싸움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이 소설은 우리시대 하층민들의 억눌린 서사를 대변하고 있는 조혁신 작가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예고하는 작품이다.

이미 모든 도시에 편재돼 있는 자본주의의 도시 내부에서 펼쳐지는 하층민들의 새로운 서사를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조혁신은 1968년 의정부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고 인하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인천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2000년 계간 <작가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