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 생산 - 유통 - 소비
사회문화적 관점서 고찰
   
▲ <조선시대책과 지식의 역사>강명관 지음.천년의상상548쪽, 2만5000원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은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책의 역사이자 새로운 시각의 역사책을 선보여온 강명관의 2014년 신작이다.

지상에 책이 발명된 이후 사람들은 책을 만들고 읽는 일에 한시도 게으르지 않았다. 책을 만든 이도 책을 읽는 이도 책을 파는 이도 모두 인간이다. 한마디로 책은 곧 인간의 '문화' 그 자체다.

책과 지식의 역사는 앎을 향한 '관능적 탐욕'의 긴 각주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 강명관은 책에서 커다란 실험을 시작한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사회문화적 전개과정을 탐사하려는 작업이 그것이다.

책과 관련된 연구는 문헌학 또는 서지학, 인쇄기술학 등에서 주로 이루어져왔지만 안타깝게도 이 분야에서는 책이 담은 내용은 문제 삼지 않았다.

반면 책에 쓰인 내용을 연구하는 분야는 무한하다. 문학, 역사, 철학 등으로 얼마든지 세분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또한 책 자체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 한계를 갖는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조선의 책과 지식을 생산-유통-소비라는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책의 형태(미디어로서의 책)와 내용(메시지로서의 책)을 조선사회라는 시공간에 놓는 새로운 책의 역사를 만들어내려면, 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이는 곧 책의 제작·탄생·유통·집적(도서관) 등의 문제와 긴밀히 관련된다. 책의 물질적 형태 변화가 책의 역사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책과 사회가 맺는 여러 조건이 책의 역사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가 다루는 구체적인 질문들은 이것이다.

조선시대의 책의 인쇄와 유통 양상은 어떠했는가? 국가와 사회의 틀을 설계하고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책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지식인이 국가와 사회의 지배층이던 조선시대에는 어떤 방식으로 책이 유통되었는가? 발행하는 책은 어떻게 선별되었는가? 그것을 결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조선시대의 책값은 얼마였을까? 책값은 지식의 확산과 어떤 관계에 있었나? 책을 만드는 종이는 또 어떻게 생산되었는가? 중요한 서적의 탄생과 소멸은 어떠했는가? 즉 조선의 책과 지식생산의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를 망라하는 한편, 그 이면에 놓인 '지식'과 '체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어간다.

이러한 문화적 탐사를 통해 조선시대 책의 역사를 구성함으로써 조선시대의 역사를 새롭게 읽어내는 것이다.
책에는 희귀한 고서들의 자료 사진과 관련 그림이 곁들여져 당시 책을 둘러싼 사람들의 일상을 생생히 드러낸다.

수입한 중국서적에 오자가 많아 사신에게 항의한 사건(234쪽), 전란 때 불타 소실된 책들로 인해 책이 없어 과거를 못 치른 사람들의 이야기(513쪽), 서점 설치를 두고 벌어진 논란과 결국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378쪽), '거대한 책의 바다'였던 조선의 홍문관(도서관)이 장서를 축적한 방법(409쪽), 실제 붉은색으로 표시한 교정 흔적과 교정.조판한 사람의 이름이 적힌 교정지(240, 249쪽), 고서의 간기(판권)에 남은 인쇄.조판 장인의 이름과 당시 방식을 재현해 책을 만드는 모습(276~279쪽) 등이 담겨 있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