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공원 인증 준비하자④

   
▲ 소이작도 손가락 바위, 선착장 동쪽의 데크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우뚝한 바위로 검지를 곧추세운 듯한 이 바위는 각도에 따라 반가사유상이나 관음보살로도 보인다.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공원 가치 공감대 형성 … 인증 범위 의견은 양분


● 백령권

진촌리 사빈 보존책 시급

두무진 유력 후보지 거론


● 범인천권

굴업도 지형·야생화 유명

장봉도 습지 등 학계 관심



인천시가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기초작업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 27일 열린 '인천섬연구모임 답사보고회'에 참석한 김상섭 인천시 환경녹지국 과장은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구상 중이다"고 말했다.

지질공원 인증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이광춘 상지대 교수는 "2014년부터 국가지질공원 신청과 관련한 기준과 조항들이 더 강화된다"면서 "사실 인천의 경우 준비가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백령도와 대청소도 소청도만으로도 충분한 지질공원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질공원 인증 범위에 대해서는 각기 의견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최중기 인하대 해양학과 교수는 인천 도서지역 일대 지질자원을 조사해 지질공원 인증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반면, 이 교수는 도서지역 특성상 섬 이동에 대한 제약이 있는 만큼 우선 백령권 지질공원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열린 인천섬연구모임 답사보고회에 참석자들은 인천 도서지역 지질공원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시가 인증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뛰어난 지질경관을 자랑하는 백아도 모습. 인천도서지역에는 이 처럼 지질학적·심미안적인 경관이 즐비하다. 이러한 자연적 경관을 후손에게 보존하기 위해 사업자 주도로 진행되는 환경영향성평가를 토대로 한 개발정책 수정이 필요한 이유다.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백령권 지질공원

답사보고회에서 이광춘 교수는 "백령권 지질공원에는 대청도 옥죽동·사탄동 해안사구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인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는 등 여러 지역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면서 "지질구조와 해양지질·지형, 사구 등이 발달해 있고 선캄브리아기의 변성퇴적암류들이 잘 발달돼 있는 만큼 이들 지역에 대한 지질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지질공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는 본디 황해도 옹진반도와 연결돼 있던 평원에 돌출돼 발달한 잔구 모양의 지형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대부분의 평지가 바다 속에 잠긴 반면, 잔구 상부는 현재와 같은 섬으로 남아 있다.

백령도에는 지질유산으로 꼽을 수 있는 지역이 최소 5곳이 있다.

특히 이 교수는 관련 논문에서 백령도 사곶해변은 그 형성과정에 대한 지질학적 가치와 해안경관상 가치가 매우 크다고 밝힐 정도로 이 곳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진촌리 사곶 사빈(천연비행장)은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것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단 두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지형·지질상 특징을 갖고 있다.

현재는 주민들의 농업활동을 위한 담수호인 '백령호'를 위한 제방건설로 사곶 해변에 갯벌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천연비행장으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있어 철저한 원인 분석과 함께 대책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남포리 콩돌해안과 두무진, 점박이물범 서식지와 가까이 위치한 현무암 분포지, 장촌 해안 습곡구조 등은 모두 유력한 지질공원 후보지이다.

대청도에는 옥죽동 해안사구와 동백나무 자생한계지 등 지질학적, 생물학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 있고, 소청도에서는 6억~10억년 전으로 추정되는 박테리아 화석이 스트로마톨라이트 내에서 발견됐다.

   
▲ 지난 6월2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CGV 앞에서 굴업도를 지키는 인천시민단체 회원들이 CJ그룹의 굴업도 개발사업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페이퍼컴퍼니(씨엔아이레저산업)를 통해 비자금으로 굴업도를 돈으로 매입하는 모습을 담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인천일보 자료사진


▲범 인천권 지질공원

이미 잘 알려진 지질유산 자원들이 많이 위치한 백령권 지질공원 이외에도 인천 도서지역 일대를 지질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이 경우 값 비싼 배삯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굴업도는 십자 모형의 지형에 해안가와 절벽, 염분과 파도에 녹아내린 해식 등이 유명하다.

이미 인천지역에서는 이를 천연기념물로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CJ측이 추진하는 골프장과 리조트 개발로 천연자연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높은 지역이다.

굴업도에는 소사나무를 비롯해 이팝나무, 팽나무, 동백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갯메꽃, 모래지치, 두루미천남성 등 희귀야생화군락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으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의 생태보고라고 할 수 있다.

굴업도 이외에도 장봉도 습지보전구역에 펼쳐진 드넓은 풀등, 옹진군과 충남 태안군의 경계점에 위치한 대령·소령도는 생태계 보전가치가 무궁무진한 지역으로 꼽힌다.

덕적도 인근 무인도인 소가도·가도에서 발견된 주상절리는 빼어난 비경과 함께 다른 지역과 달리 수평으로 발달된 지형으로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교동도의 경우도 지질학적인 유산 외 화개산성과 훈맹정음의 창시자인 송암 박두성 선생의 생가터, 삼도수군통제영 등의 역사적 유산들이 산재해있다.

하지만 무관심으로 철저히 방치된 채 버려져있다.

또 부실한 환경영향성평가를 기반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해안선이 침식돼 제방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 정확한 환경영향성평가에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 모두 행정적 무관심으로 인해 방치돼 있거나 개발로 인해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기초적인 학술조사와 함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질공원 범위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후손들에게 귀중한 지질유산을 남기고 보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질공원 준비해야 한다"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이나 활용을 위해 우선 지질유산을 보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상우기자 theexodu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