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농협·국민·기업 이어 하나도 송도 G타워 입주

국내 시중은행이 지-타워(G-타워)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최대 800조원의 천문학적 액수인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낙수효과와 1년 앞으로 다가온 13조원 규모의 인천시금고 유치를 위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오는 19일 하나은행이 5번째로 G-타워에 입주한다고 11일 밝혔다.

G-타워는 1850억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33층, 연면적 8만4000㎡로 지어졌다.

GCF 사무국은 7개 층(9~15층)을 사용하고,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 등 7개 유엔기구는 5개 층(2~5층)을 쓴다.

현재 G-타워에 입주한 시중 은행은 신한·농협·국민·기업은행이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1월 말 G-타워에 입주할 금융기관을 공모했고, 우리은행이 당초 입주할 계획이었으나 포기했다.

각 은행이 당장 영업실적을 기대하기 어렵고 은행 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한데도 G-타워에 모인 이유는 'GCF'와 '인천시금고' 때문으로 금융 전문가와 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이들 은행들로부터 연간 5800만~7600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고, 은행들은 수 천만원대 임대료와 함께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연간 억대 규모의 예산을 쓰고 있는 만큼 적잖은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GCF 특수를 놓칠 순 없다.

GCF 기금 규모는 약 1000억~8000억달러로 명확하진 않지만 그에 따른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까지 G-타워에 입주할 경우 금융시장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GCF 사무국의 주재원 숫자가 오는 2020년쯤 8000명에 이르고 크고 작은 국제회의까지 120여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은 물론 국내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금융시장이 송도 G-타워에 형성되는 셈이다.

또 하나는 2014년 12월31일 끝나게 될 인천시금고의 새로운 금고지기의 유치 가능성에 있다.

현재 신한은행이 맡고 있는 제1금고는 시 예산과 시 산하 공사·공단, 8개 구, 각종 기금 등을 더해 13조원대의 안정적인 시 재정을 예치하고, 농협이 담당하는 제2금고는 시 상수도특별회계 등을 담당한다.

국내 1위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GCF와 한 건물을 쓰고, 인천시금고 담당이란 '수식어'가 필요하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2010년 시금고 유치전에 뛰어든 시중은행 대부분이 G-타워에 입주했고, 최근 인천지역에 공격적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하나은행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중 은행들은 최근 시금고 유치를 위해 1년 전부터 자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장기간 공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고, 시는 시중은행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 내심 환영하는 눈치다.

A은행 관계자는 "시금고 유치는 은행 수익보다는 그에 따른 대외적 신인도에 큰 몫을 한다"고 말했고, 시 관계자는 "1년이나 남은 시금고 유치전을 섣불리 얘기할 수 없지만 G-타워 입주 등으로 시금고 유치전을 가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주영기자 leejy96@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