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화 취미' 故심달연씨 증언 토대

권윤덕作 '꽃할머니' 제작과정담아

광복절 개봉 … 특별 시사회도 개최

수익금 '역사관 건립'에 기부예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인 심달연 할머니는 '꽃누르미'(압화)가 유일한 취미다.

아름다운 색깔과 자태를 고이 간직한 채 건조된 꽃들은 할머니가 빼앗긴 꽃다운 청춘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림책 작가인 권윤덕 씨는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기로 결심한다.


이 계획은 지난 2007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각자 생각하는 '평화'를 그림책으로 완성해 동시 출판하기로 한 계획에서 출발했다. 한국의 출판사 사계절은 일본의 출판사 도신샤(童心社)와 함께 이 기획에 의기투합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은 권윤덕 작가의 그림책 '꽃할머니'가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한-중-일 평화 그림책 공동 출간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권윤덕 작가가 위안부 할머니 그림책을 그린다는 얘기는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권 작가의 스케치가 점차 구체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일본군이 나눠준 콘돔과 일본 천황의 초상을 나란히 그린 스케치는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본군 개인들의 잘못이 아니라 전쟁에 동원된 상황 자체의 잔인성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이 없는 형태로 그린 군인들의 모습 역시 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잔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본 도신샤 측의 한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전쟁'이나 '침략'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는 이유로 일본군이 위안부 소녀들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는 장면을 수정해달라고 한다.

권 작가는 작가의 창작을 침해하는 이런 지적에 큰 불만을 표시하지만, 한-중-일 평화 그림책을 공동으로 출간한다는 대의를 위해 스케치를 고치고 또 고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권 작가의 심경에도 변화가 인다.

그녀는 그림책을 그리며 갖게 된 온갖 번민들을 나지막이 털어놓기도 한다. 그녀의 개인사에도 말 못할 상처가 있었다는 고백이다. 그녀의 고통스러운 내면이 그림책에 반영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스스로를 치유하며 더 성숙해졌고 아이들에게 위안부 여성들의 아픔과 평화의 가치를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은지 답을 얻게 된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책은 한국과 일본의 초등학생 대상 모니터링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 그림책을 접한 일본 아이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엄청나게 충격적이에요"라든지 "저희 또래를 억지로 데려간 것은 정말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게 나였다면 정말 최악이고 상처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그림책은 한국에서만 출간된다. 일본 도신샤 측은 그림책이 훌륭하다고 평했지만, 여전히 일본 우익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주저한다.

그 사이 책의 주인공인 심달연 할머니는 세상을 떠난다.

화장장에서 쓸쓸히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돌아서는 권 작가의 발걸음이 보는 사람의 코끝을 찡하게 한다.

4년여간의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는 심달연 할머니의 현재를 비추며 전쟁이라는 역사 속에 희생된 여성들의 아픔을, 또 그 역사가 현재에 어떻게 망각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본 내 우익이 판치는 살벌한 상황을 끊임 없이 전하는 도신샤 측의 얘기는 우리를 한숨짓게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에 귀를 닫고 무관심한 채 지난 세월을 보낸 한국 사회의 과오 역시 작지 않기에 지금의 현실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그림책 속의 슬프고 아름다운 꽃과 소녀의 그림을 보여주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역사의 비극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조용한 울림을 준다.

메가폰을 잡은 권효 감독과 제작진, 배급사인 '시네마달'은 오는 15일 광복절 개봉을 앞두고 특별시사회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기금'(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주최)에 기부할 예정이다. 15일 개봉. 상영시간 92분. 전체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