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종지음 바다출판사 468쪽, 1만8000원
인간·자연·생활 3부분 구성 … 韓·中·日 공통 상용 800자 수록
   
 


그림을 통해 필수한자 2000자를 손쉽게 독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형의 원리로 배우는 그림한자> 2013년 신개정판이 출간됐다. 저자 김인종은 한자가 그림 글자라고 믿는다. 따라서 한자를 학습할 때 한자가 지닌 상형의 원리를 파악하면 저절로 한자를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자를 해체하고 그 뜻을 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한자를 학습하는 이들이 보다 쉽게 한자를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인종은 80% 이상의 대부분의 한자가 형성의 원리, 즉 의미를 지닌 부수와 음을 지닌 부수가 모여 새로운 글자가 만들어진다는 원리에 지배된다는 사실을 반박한다. 형성의 원리에 의해 탄생한 한자들도 결국 상형문자를 중심으로 한 문자들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한자가 본래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상형문자 고유의 음을 중심으로 쉽게 연상되도록 의미를 확대·발전시킨 글자라는 말이기도 하다. 즉 한자는 상형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글자이므로, 상형의 본디 모습인 그림을 알면 한자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은 크게, 세계의 중심에 놓여 있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자연, 자연에 대한 도전과 조화를 통해 만들어낸 생활로 나뉜다. 각 장 앞에 있는 흐름도를 통해서 기본한자가 응용한자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한눈에 익힐 수 있도록 했고 한 글자 한 글자를 그림으로 따라가며 연상훈련을 한 다음, 용례를 통해서 응용법을 알 수 있게 했다.

<그림한자>는 2001년에 처음 출간돼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고,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 모임(책따세)' 추천 도서에 꼽히는 등 호평을 받았다. 이번 2013년 신개정판에는 '한·중·일 30인회'에서 선정한 공통 상용한자 800자를 전문 수록하고 중국과 일본에서 쓰는 한자의 발음법을 표기해둬 외국어로서 한자를 학습하고자 하는 이들을 배려하고 있다.

이 책은 일반적인 한자 학습서와 다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 김인종은 이른바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 전주(轉注), 가차(假借)의 육서(六書)라는 여섯 가지 한자 분류법의 기초는 결국 상형 한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한자는 그림 글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자를 학습할 때 한자의 그림을 보면 저절로 글자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무조건 글자를 외우거나 근거 없는 파자(破字) 방식으로 한자를 학습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사전을 찾을 때는 부수(部首)가 필요하지만 한자를 학습할 때는 이러한 부수 배열이나 이에 따른 학습이 효과적일 수 없다고 말한다. 부수가 어느 정도 중심 뼈대를 이루는 뜻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글자의 원형이 되는 대상물을 보여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상형의 원리를 한자의 세계 속에 적용해 '인간 → 자연 → 삶의 지혜'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내용별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 장은 먼저 가지 그림인 흐름도를 맨 앞에 배치해 단순한 상형문자에서 복잡한 글자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각각의 글자가 어떤 고대의 대상물을 그림으로 옮겨서 기호화하였는지 갑골문, 금문, 소전체에서 현대의 해서로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고 필자의 독특한 해설을 붙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림을 통해서 연상 훈련한 글자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단어 용례를 두세 개씩 보여줘 스스로 응용법을 익히고, 이 책에 나오지않는 다른 한자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큰 대(大)'라는 한자를 배울 때 흔히 알고 있듯이 사람이 두 팔과 두 발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이라고 풀이한다. 그런데 '큰 대'라는 글자를 들여다보면 글자 모양이 정면의 우뚝 선 모습이 아니라 두 팔을 힘차게 휘젓고 두발을 엇갈리며 경쾌하게 걷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 옥편을 보면 '크다'는 뜻 아래에 '지날 대(過也)'라는 또 다른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다'의 의미가 아니라, 사람이 경쾌하게 '걸어서 지난다'는 뜻임을 유추할 수 있다.

알파벳이 유럽의 문자인 것과 마찬가지로 한자는 중국의 문자가 아니라 '아시아의 문자'다. 하지만 100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한자의 모습은 나라마다 각각 조금씩 변형되어왔다. 한국은 한자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쓰고 있지만 일본은 약자체(略字體)를, 중국은 대폭 간략화한 간체자(簡體字)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통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를 고려해 2013년 7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저명한 인사들이 모인 '한·중·일 30인회'에서 일본의 교육용 기초한자와 중국의 상용한자, 한국의 기본한자를 대조해 공통 상용한자 800자를 선정해 아시아가 한자문화권임을 선언했다. 한자를 외국어로서 학습하고자 하는 이들을 배려해 <그림한자> 2013년 신개정판엔 800개의 한·중·일 공통 상용한자 전체를 수록하였다. 또 부록 '연상 한자 2500'에선 책에 실린 한자의 색인을 빠짐없이 정리했다. 2000년에 개정된 교육인적자원부 지정 필수 한자 1800자와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주관 한자능력검정시험 한자 2350자를 대조해 책에 실리지 않는 글자도 음과 훈을밝혀 각종 시험에 대비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저자 김인종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장자>, <노자> 등의 도가서와 <법화경> 등의 불경을 두루 섭렵한 재야 한학자로, 2001년 인천시 문화예술계의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2005년 현재 초등학교 및 교육청 소속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 활동 중이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