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르포' 란 통해 다각도 분석 … 이상실 장편도 새롭게 연재
인천작가회의문학계간지
   
 


인천작가회의가 문학계간지 <작가들> 여름호(통권 45호)가 나왔다.

이번 호는 '정전 60주년'이라는 우리의 잊혀진 현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치열한 생존경쟁과 그 이면에서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어느새 망각된 우리의 역사와 오늘을 현재로 다시 불러오고 있다.

'강연'란에선 <순이 삼촌>의 작가 현기영 선생을 초대했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제주 4·3항쟁과 한국전쟁을 현재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마련한 자리에서 그는 전쟁과 인간, 그리고 국가의 근원을 묻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국가 권력이 스스로의 체제 유지를 위해 망각을 정치화하는 과정과 이에 저항하는 대항기억으로써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그의 발언은 망각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몇몇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문학으로 형상화되지 않은 시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린다.

문학은 망각에 저항하는 카운터펀치이다.'라는 현기영의 말은 우리 문학이 여전히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해준다.

'르포' 역시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두루 살펴보는 글들로 꾸려졌다. 이희환은 인천의 도시 정체성이 반공도시로 구축되어간 역사적 과정을 사회·문화사적 관점에서 꼼꼼하게 살핀다.

인천상륙작전이 한국전쟁과 관련한 인천의 상처를 지우고 일부의 승리의 표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기억의 왜곡, 맥아더 신화가 인천을 대표하는 조봉암과 교체되는 과정의 상징성 등을 인천의 오늘과 면밀하게 연결시켰다.

김상우는 지난 2010년 계사년의 아픈 기억을 가진 백령도와 연평도의 오늘을 둘러본다. 북한보다 생계가 더 전쟁이라는 백령도의 상황과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연평도의 현실은 남북 화해를 통한 평화만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수단임을 잘 보여준다.
 

   
 


이시우는 강화에 자리한 연미정에서 800년전의 역사를 읽어나간다. 분단 이후 광대한 유라시아체계를 잊고 협소해진 우리 역사로 하여금 '한강하구남북위원회'를 통해 다시 유라시아를 상상할 수 있게 한 그의 제안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가 삼별초 유허비에서 '항전이 수단이라면 평화는 목적'임을 읽어내는 안목을 보여준다.

'문학'란에선 이경림, 최종천, 함민복, 김소연, 함순례, 류민영, 박성한, 안주철, 고영서, 손병걸, 이현호, 정영효 시인의 시를 만난다. '소설'란에는 양진채와 박정윤의 엽편과 단편이,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김영욱의 <지하 0층>이 자리한다. 이번 호부터 이상실 작가의 장편 <호숫가에서 길을 찾다>가 새롭게 연재된다.

'문학논단'에서는 사계절 1318문고로 우리 청소년문학을 연 박상률의 <봄바람> 속 인물이야기와, 지난 하반기에 주목받은 청소년 소설 <구멍>에 대한 박경장의 촘촘한 분석을 만날 수 있다. '비평흐름'란에는 평론가 유인혁이 김애란의 소설을 '독서'라는 키워드로 분석한 흥미로운 글을 실었다. 이밖에 우현제와 서평란에 실린 명민하고 시의성 있는 글이 게재됐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