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에 서서 인천을 보다 - 1 공간 인천과 인천대교
   
▲ 인천대교는 세계적 국제공항과 도심 한복판을 25분 만에 잇는 세계 유일의 다리다. 인천대교 위로 차량들이 질주하고 있다.


경인철도·고속道 이은 세번째 '교통 혁명'

공항 - 도심 25분만에 주파는 세계서 유일

국내최장 교량·수상 경력 등 긍정적 평가

철도 미부설 아쉬워 … 비싼 통행료 과제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조각품. 인간이 창조한 모세의 기적.

총연장 21.38㎞. '인천대교'에 예술적·종교적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영종도와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다리라고만 말하기엔 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통의 다리, 세계로 미래로 향하는 다리.

인천대교는 바다로 단절됐던 인천이란 공간을 '소통의 땅'으로 빚어냈고, 동북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세계의 활주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육지와 섬, 땅과 바다, 육지와 하늘…, 인천대교는 '바다-하늘-땅'을 하나로 관통하며 과거를 보듬어 안고 미래로, 세계로 비상하는 중이다.

인천대교는 인천에 과연 무엇인가.

인천일보가 5회에 걸쳐 인천과 인천대교를 돌아보고, 인천대교를 통해 떠나는 가까운 여행지를 소개한다.

 

   
 


"철커덕, 철커덕!"

1899년 9월18일 오전 9시 인천에서 노량진을 잇는 33㎞의 철도가 개통된다.

경인철도의 시작이다.

경인철도는 12시간 이상 걸리던 인천-서울 간 이동시간을 1시간40분으로 단축시키며 교통혁명을 일으킨다.

경인철도는 이후 경인전철로 확장되면서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인천과 서울간 주요 교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그로부터 70년 만인 1968년 12월21일. 한국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가 뚫린다.

23.5㎞의 경인고속도로는 인천-서울 간 자동차 운행 시간을 1시간에서 18분으로 단축시키며 서울과 인천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이어 놓는다.

# 다시 그로부터 40여년 뒤인 2009년, 인천엔 역사에 기념비적으로 남을 대로가 건설된다.

이번엔 인천과 수도를 잇는 길이 아니었다.

육지를 관통하는 길도 아니었다.

인천 송도와 영종도를 잇는 21.3㎞의 인천대교는 인천과 세계, 대한민국과 세계를 잇는 바닷길로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대교는 과연 인천에 무엇인가.

# 130여 년 전만 해도 작은 바닷가 마을이었던 인천이 2013년 전국 3대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인철도와 경인고속도로의 개통이었다.

이 길들은 인천과 서울을 짧은 시간에 이으며 '수도권'이라는 도시형태를 만들어냈다.

# 인천은 1883년 개항하며 일본과 서구의 문물이 진입한 영욕의 세월을 겪어온 도시다.

1950년엔 한국전쟁을 일시에 역전시켰지만 결국은 '상처뿐인 영광'을 받아들여야 했던 도시도 인천이었다.

# 1960년대 이후 인천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산업단지가 대규모로 조성된다.

이들 공단들이 서울의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인천을 외형적으로 성장시킨 중심에는 바로 경인철도와 경인고속도로가 있었다.

그렇지만 인천시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벗어나지 못한 채 환경오염과 위험시설에 둘러싸인 채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대중교통시설 조성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 인천 곳곳엔 공단들과 대규모 가스시설, 화력발전소, 쓰레기매립지에 이르기까지 혐오시설이 산재해 있다.

이런 현실은 인천시민들을 '서울바라기'로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은 인천을 잠시 머물다 가는 도시, 잠만 자는 도시로 전락시켰다.

경인선과 역세권, 경인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진행된 인천의 도시발전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안은 채 21세기를 건너왔다 .

# 이런 인천이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맞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초반 부터다.

1992년 중국과 수교가 시작되면서 서해 바닷길이 열렸고, 2001년 영종도에 세계 최고의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며 하늘길까지 열리게 됐다.

여기에 영종도와 송도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인천은 마침내 세계도시, 동북아 대표도시로 웅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 그런 기회 속에서 지난 2009년 '인천대교'가 개통되었다.

인천대교가 개통됐을 때 인천시민들은 송도와 영종도를 넘어 인천과 세계를 잇는 번영의 다리가 되길 희망했다.

그 소망은 지금까지 서울의 주변도시에 머물렀던 인천이 독자적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모티브를 인천대교가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그렇게 4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인천대교는 국내 최장 교량, 역사적 토목공사, 우수한 사업구조, 화려한 수상경력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 현세대의 노력과 차세대의 번영을 투영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세계적공항에서 도심 한복판을 단 25분 만에 잇는 도로는 전세계적으로 '인천대교' 뿐이다.

더욱이 인천 미래의 땅이라고 할 수 있는 영종도와 송도를 이으면서 인천대교는 인천발전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 그렇지만 영종대교처럼 철도가 함께 부설되지 못한 점과 비싼 통행료 문제는 여전히 시민들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철도부설은 이미 늦었다지만, 통행료 문제만 해결된다면 인천대교는 인천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누구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인천시민들의 세계적 다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대교는 지금 현재진행형이다.

/글 김진국·사진 박영권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