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탄자니아에 희망을 전하다 2]
   
▲ 월드비전이 마련한 미니올림픽에서 마지막으로 펼쳐진 이어달리기. 이 날 우리는'어린 우사인 볼트'들을 볼 수 있었다.

기자재조차 없는 열악한 현실

월드비전 '미니 올림픽' 마련

아이들에게 점심식사 만찬도


카라투 시내에 위치한 숙소에서 1시간 가까이 차를 통해 도착한 은다바시ADP(Area Development Program) 사무실.

우리 일행은 잠시 현지 교육지도자들로부터 은다바시 지역 교육현실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시 차에 올랐다.

40여분 넘게 비포장길을 달려 기어(Geer)초등학교에 도착하니 400여명의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방문단을 환영하기 위해 학교 한켠을 가득 메웠다.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지르고. 어떤 이들은 꽃잎을 뿌리며 방문단을 환영했다.

곧이어 열린 기공식에서 헤르만(52) 교장은 월드비전에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전하며 기어초등학교의 현실을 설명했다. 하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한국에 비해 열악한 현실은 한 눈에 알 수 있다.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는 교실바닥과 제대로 된 학습 기자재조차 없는 교실. 벽에 검게 페인트를 칠해 칠판 대신 사용하고 있는 교실은 탄자니아의 열악한 현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교사용 숙소가 부족해 현재 4명의 교사들이 320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며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교사 2개동이 완공되고 교사용 숙소가 완공되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말로 월드비전의 지원에 감사함을 표했다.
 

   
▲ 기어초등학교를 나서기 전 아이들과 찍은 마지막 기념사진. 아이들은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 미니올림픽보다 풍선.

기어초등학교 방문 2일차. 학교 한켠이 소란스럽다.

"자. 어? 지금 당기면 안되고 조금 있다가 당겨야지."

줄다리기를 담당한 김동기 교장이 난감한 듯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본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김 교장의 모습이 재미있는 듯 웃으며 다시 줄을 당긴다.

월드비전 방문단이 준비한 학습기자재로 미니올림픽이 열렸다. 방문단 선생님들의 설명 아래 고학년들은 줄다리기와 피구, 저학년들은 줄넘기와 풍선놀이로 체육활동을 시작했다.
 

   
▲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풍선. 하지만 일부 저학년들은 고학년들에게 풍선을 뺏겨 울기도 했다.


다들 처음 해보는 탓인지 제대로 된 규칙을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 결국 최대한 규칙을 간략하게 구성해 진행을 해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아 방문단 선생님들은 몸짓 발짓으로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결국 아이들은 방문단 선생님들이 시범을 보이자 그제서야 규칙이 이해되는 듯 했다.

이 날 열린 체육활동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다름아닌 풍선. 아이들은 다채로운 색들로 가득찬 풍선을 처음 보는 듯 다른 체육활동을 하던 아이들도 슬그머니 풍선놀이 쪽으로 옮겨갔다.

선생님들이 불어준 풍선을 받아든 아이들은 던지고 장난치며 서로 먼저 만져보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다 자칫 풍선을 터뜨린 몇몇 아이들은 이내 울어버릴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풍선이 없는 탓에 한국에서 가져온 초콜릿 하나를 건네줬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을 짓던 아이는 초코렛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질 듯한 표정으로 웃어버린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이어달리기 역시 방문단 선생님들의 시범이 없으면 진행이 안된다.

결국 이선용(산곡남중 교장)·김성수(용현남초 교장) 선생님이 운동장 반바퀴를 뛰며 시범을 보이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규칙정리가 끝났다.

여학생과 남학생 두 개조로 나눠 진행한 이어달리기에서 우리는 어린 우사인 볼트들을 볼 수 있었다.
 

   
▲ 은다바시 지역 기어(Geer)초등학교 교실 모습. 흙바닥과 검정색 페인트로 칠해진 간의 칠판, 다 낡은 교과서는 탄자니아 교육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 아싼테 싸나(감사합니다). 월드비전 그리고 대한민국.

미니올림픽을 마친 일행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한바탕 운동을 한 아이들이 먹을 점심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행들은 여기저기서 분주히 토마토와 양배추, 당근 등을 다듬는 데 손놀림을 보태며 아이들이 먹을 점심식사를 준비했다.

이윽고 완성된 식사. 하지만 일행들에게 또다른 난관은 300명이 넘는 아이들에 대한 배식이었다. 아이들은 그릇을 받아들고 당연스레 태양빛이 작렬하는 운동장 한켠에 걸터앉아 점심을 먹는다.

헤르만 교장에게 손짓 발짓으로 운동장보다는 교실에서 점심을 먹게 해주자고 설명해 겨우 아이들을 교실로 들여보냈다.

하지만 이번엔 배식이 문제였다. 총 6가지 음식을 담아내다보니 속도가 너무 느렸다. 결국 사진을 찍던 나도 두 팔을 걷고 그릇에 밥을 담을 수 밖에 없었다.

40여분 동안의 배식이 마무리되자 한 아이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어텐더(14)양은 일행들에게 다가와 "오늘 이렇게 선생님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 감사하다"며 "배가 부르게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말로 일행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른 일정을 위해 학교를 떠나는 길 아이들이 몰려들어 일행들을 에워싼다. 천천히 아이들과 악수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겨우 아이들과 헤어질 수 있었다.

"아싼테 싸나."

일행들이 탄 차가 출발하자 아이들이 외침이 들려왔다. 은다바시 ADP 사무실로 향하는 차안에서 일행들은 언젠가 다시 돌아와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서로 전했다.

/은다바시(탄자니아)=글·사진 김상우기자 theexodus@itimes.co.kr


학교현장 어려움 심각 … 중장기 인재육성 중요
 

   
▲ 문병선(오늘쪽) 탄자니아방문단장이 에스더 은다바시 ADP 매니져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건네고 있다.


기고 / 문병선 인천석천초등학교장

우리는 모니터링팀의 성격상 '교육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데 특히 현지 교육지도자들과 함께 한 몇 번의 만남과 이틀에 걸친 초등학교 방문은 탄자니아 현지 교육사정과 생각, 당면과제, 지원방향 등을 되돌아보게 했다.

현지 교육자들의 현안 설명이 아니더라도 재정부족으로 인한 시설미비와 학생들의 위생 등 학교현장의 어려운 실정은 그야말로 매우 심각하고 절박해 보였다.

실제로 교원과 교실이 부족했고, 교과서와 책걸상, 각종기기, 자료, 학용품 등 어느 것 하나도 간절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지역교육 지도자나 학교장은 이 모든 지원 사항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방문단에게 호소를 거듭했다. 이어 꼼꼼히 적힌 리스트를 우리 팀에게 건네주던 그 절실함과 이를 지켜보는 지역주민·학생들의 모습은 가슴에 진한 울림으로 남았다.

그들의 실정은 대한민국의 '6·25 전쟁 직후'를 절로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역경을 딛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어냈다. 그 바탕에는 '교육의 힘과 학교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이 있었다. 여기에 '자립의지'가 더해져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개발도상국가들의 롤모델로 우뚝 솟았다.

우리가 방문한 은다바시 지역주민이나 교육지도자들은 '교육의 힘'이 끼치는 위대함을 깨닫고 있을까? 잘 살겠다는 의지와 열망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일까?라는 물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장의 시급함 때문에 그들이 바라는 사항들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이었지만 일시 단편적이고 소모적인 것들도 꽤 많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중장기적 인재육성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중요성을 현지 교육지도자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교육과 함께 주민들의 자립의지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과제이다.

현지 교육지도자는 마지막 날 고별인사에서 감사의 마음과 함께 '교육의 힘'에 대한 의지를 담담히 내보였다. 우리의 메시지가 조금이나마 전해진 것만 같아 무거웠던 마음이 약간은 덜어진 느낌이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팀은 탄자니아 은다바시 지역의 가능성과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정겨움은 가슴 가득 여운이 돼 아직도 잦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