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정화 후 늑장 신고 … 직원·인근 주민엔 통보 안해

삼성전자가 불산가스 유출사고가 난 뒤 사고현장의 불산가스를 외부로 내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7일 지난 1월28일 오전 6시쯤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STI서비스 직원 등 3~4명이 대형 송풍기를 틀어 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CCSS) 탱크룸 내 불산 가스를 외부로 빼낸 사실이 조사과정에 확인됐다고 밝혔다.

삼성측이 그간 "외부누출은 전혀 없었다"고 밝혀 온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며 처음 신고한 시각이 늦어진 이유도 설명되는 대목이다.

특히 삼성은 불산가스를 의도적으로 탱크룸 밖으로 빼내 내부를 정화시키면서도 당시 근무 중이던 직원들이나 인근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사고 현장 반경 2㎞ 내 동탄신도시에는 주민 수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불산가스 외부 누출의혹이 불거지면서 이제껏 삼성이 발표한 내용이 왜 앞뒤가 맞지 않았는지도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삼성이 이처럼 불산가스를 외부로 내보낸 뒤 관계당국에 처음 신고한 시각은 지난 1월28일 오후 2시46분쯤으로 사고가 발생한 지 무려 9시간여가 지난 뒤다.

이에 관계기관이 외부 누출 여부를 조사할 것에 대비, 삼성이 시간끌기 작전을 썼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측은 그간 신고가 늦어진 것에 대해 "경황이 없어 신고를 늦게 했다"는 말로 일관해 왔다.

또 외부 누출량 역시 수시간 동안 송풍기를 돌려 빼냈음에도 그간 삼성은 "탱크 아래 밸브에 약간 묻어날 정도다"라며 누출량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당시 작업자들도 "임시로 막아놓은 비닐봉투에 불산용액이 가득 차 흐를 정도로 누출됐고 탱크룸 안은 불산가스로 뿌옇게 돼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고 증언하고 있기 때문.

이와 함께 삼성은 "CCTV 분석 결과 사망한 협력업체 STI서비스 직원 박모(34)씨가 방재복을 입지 않고 작업했다"고 밝혔지만 박씨는 지난 1월28일 오전 0시13분부터 3시21분까지의 1차 보수작업과 오전 4시45분부터 오전7시45분까지의 3차 보수작업 당시 무려 6시간 동안 방재·보호장구를 착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오전 4시36부터 44분까지 박씨가 마스크만 끼고 탱크룸에 들어간 사실만 확대·발표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화제 처리를 한 후 불산이 검출되지 않자 송풍기를 틀었기 때문에 외부 누출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규원기자 ykw@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