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재 지음푸른길 272쪽, 2만원
기계·문화 동시 소비심리 통해 기술·예술 접점 진단
   
 


〈현대사회와 문화예술 - 그 아름다운 공진화〉(이흥재·푸른길)은 각 시대에 활동했던 예술가들의 작품과 가치관을 살펴보며 이들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하고, 이와 아울러 다양한 분야에 녹아 있는 생활 속 문화와 그 역할을 진단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이러한 작업을 통해 총체적으로 오늘날까지의 사회에서 예술이 과연 어떠한 역할을 해 왔는지 또한 지금 어떻게 발전해 가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저자는 "나는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서 살아가는 것을 좋아합니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에서 과학기술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와 인문학적인 문화예술의 접점을 찾는다.

애플에서 나오는 모든 제품은 출시될 때마다 전 세계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는 단순한 CEO를 넘어서 가치관, 삶의 방식, 패션까지 젊은이들의 롤 모델로 자리 잡았다. 애플이 성공한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그중 젊은이들을 가장 사로잡은 요인은 바로 디자인이다. 어떤 제품도 애플의 제품만큼 심플하면서도 아름답지 않다. 디자인만큼은 타사의 물건을 쓰는 이들도 모두 애플의 손을 들어준다.

예쁜 디자인은 애플의 제품이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행로는 애플을 단순한 기업이 아닌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했다, 그러한 이미지는 구매자들로 하여금 전자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문화를 사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애플의 로고인 사과가 그려진 제품을 쓰는 이들은 기계를 사용함과 동시에 문화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이들인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 과학기술은 단순히 기술력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는다. 뛰어난 기술은 물론, 디자인도 아름다워야 하며, 쓸모 못지않게 문화적인 측면의 미적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현대사회를 문화가 다른 분야와 결합되어 더 큰 효과를 주는 '모듬비빔시대' 라고 표현하고 있다.

예술이라는 개념이 과거에는 단순한 공작품이나 공예처럼 삶에 필요한 물건을 보기 좋게 장식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기계예술이었다면, 지금은 실용예술로서 실생활에 보다 깊이 들어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의 말하고 싶어 하는 바는 명확하다. 잘 만든 영화 한편이 잘 만든 자동차 못지않은 세상이다.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파는 스타벅스처럼 현대의 생활은 문화예술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국가의 선진화를 진단하는 가장 큰 측도 역시 문화의 다양성과 사람들이 문화를 누리는 수준이 되었다. 문화예술의 발전은 곧 사회의 발전이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듯 문화예술과 사회의 공진화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창조적으로 접근한다면 사회는 보다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