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깬 시대의 여인 … 사랑·예술혼 담은 장편소설
유시연 지음푸른사상328쪽, 1만4000원
   
 


소설가 유시연이 장편소설 〈바우덕이전〉(푸른사상)을 출간했다.

유시연 소설가의 〈바우덕이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남사당패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의 사랑과 열정, 예술혼과 바람처럼 살다간 인생사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누구도 가지 못한 길, 여성으로서 기십 명에 이르는 남사당패를 책임지고 끌어가야 하는 일은 부박한 현실의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작가는 규방에 갇혀 사는 조선 여인의 삶에 눈을 돌린다.

평생 유랑의 세월을 보내는 여주인공과 한평생 밀폐된 규방에 갇혀 사는 안방 부인들의 조우, 그 틈새에 작가의 시선이 머문다.

친정 외에는 세상의 들판에 꽃이 피는지 나무가 자라는지 사랑이 피어나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규방 여인의 눈과 유목의 시간을 떠도는 주인공을 병치시킴으로써 작가는 두 인생의 극적 대비를 통해 인생의
아이러니, 생의 불가해 함을 드러내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여성의 대비는 긴 인생의 시간으로 볼 때 불평등한 것 만이 아니라 더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빼어난 소리꾼이자 매혹적인 미모를 지닌 주인공에게 뻗치는 남성들의 손길, 굶주리는 사당패를 위해 스스로 부자나 양반과 거래를 트고 몸을 내어주는 보살의 삶을 사는 그녀에게도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있고 이런 그녀를 향한 애절한 눈길의 등장인물이 있음으로써 작가는 복잡하고도 난해한 인생의 변주곡을 연주한다.

금단의 열매에 대한 욕망과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손에 넣은 이브가 그랬고, 몸을 싸고 또 싸던 남성중심사회에서 맨발로 춤을 추던 이사도라 던컨의 파격이 그랬고, 영혼의 목소리로 고통받는 민중의 연인이자 친구, 어머니로 라틴 아메리카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메르세데스 소사가 그랬듯이 바우덕이 역시 약자의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져준 진정한 시대의 연인이다.

이들은 모두 최초이거나 금기를 깬 사람들이며 자유를 갈망한 충실한 영혼들이다.

그들은 욕망이 주는 치욕의 달콤함을 맛보았고 악마적인 매혹의 순간을 경험했으며 낙원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자의 비참함을 몸으로 겪었다.
금기를 깬다는 것은 모험이며 자신을 온전히 불완전한 미지로 투신함을 의미한다.

격식에 매인 기존 제도에 대한 저항과 거세된 욕망의 표출은 때때로 짙은 허무와 상실감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현실을 잊게 한다.

심연을 뒤흔드는 노래와 연기는 백성들의 가슴 속 깊은 골짜기에 차오르는 슬픔과 연민의 감정을 치유하며 그들과 함께 호흡한다. 이로써 그녀의 이름은 언덕을 넘고 들을 지나 고을마다 회자된다.

공광규 시인은 "조선 후기에 실존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남사당패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의 이야기를 유장한 민중서사로 재창조하였다"며 "작가 유시연은 차별도 대립도 없는 절대평등의 세상 구현이라는 주제를 재미와 함께 독자에게 안겨주고 있다"고 평했다.

작가 유시연은 동국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3년 계간 〈동서문학〉에 단편 '당신의 장미'로 신인상을 받았다.

소설집으로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오후 4시의 기억〉, 장편소설 〈부용꽃 여름〉이 있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