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송희일 감독 퀴어 연작'백야''지난 여름, 갑자기''남쪽으로 간다'
애절·풋풋·미스터리 … 동성애 이야기'민망한 이슈'관객들 뜨거운 호응 기대
   
▲ '남쪽으로 간다'


이번 주말 극장가에서 볼만한 영화를 꼽으라면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 연작 3부작 <백야>와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를 꼽을 수 있다.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 연작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는 국내 퀴어 영화의 외연을 확장시킬 의미 있는 시도로 주목 받고 있다.

호모포비아에 의해 이유 없는 폭행을 당해야 했던 남자와 그를 바라보아야 하는 남자의 하룻밤을 담은 <백야>,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학생의 유혹에 흔들리는 선생의 이야기 <지난여름, 갑자기>, 제대 후 연락이 끊겨 버린 자신의 고참을 납치하는 한 남자의 사연을 담은 <남쪽으로 간다> 등 민감한 이슈들을 영화의 소재로 끌어옴으로써,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시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넘어선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건넨다.

애절함, 풋풋함, 미스터리함으로 응축할 수 있는 각기 다른 영화적 분위기 또한 '연작'의 동시개봉만이 지닌 매력이다. 대표적 퀴어 영화로 알려져 있는 <해피 투게더>(1997·왕가위 연출), <브로크백 마운틴>(2005·이안 연출)에서의 가슴 시린 러브 스토리 때문인지, '퀴어영화'라고 하면 절절하고 먹먹한 감정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번 퀴어 연작은 이야기 구성만으로도 애잔한 감정을 자아내고 있기에 퀴어 영화 매니아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야>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의 삶을 애절하게 담아 내고 있다. 게이라는 이유로 이유 없는 폭행을 당해야 했던 '원규'의 마음 속 상처가 독할 정도로 깊은 여운으로 남는 것은 2009년 실제로 발생했던 '종로 묻지마 폭행 사건'을 토대로 영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픈 기억을 안고 한국을 떠난 지 2년 만에 돌아 온 승무원 원규는 퀵서비스 배달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태준을 만나 특별한 하룻밤을 보낸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 '백야'


여기서 지지고 볶고 잘 살거다"라고 이야기하는 '태준'을 통해 희망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다.

<지난 여름, 갑자기>는 무턱대고 다가오는 학생 상우와 이 소년을 계속해서 밀어내려는 선생 경훈이 등장한다.

상우는 담임 경훈에게 "수업 시간에 나 훔쳐보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당돌한 열여덟 소년이다. 또한 "그런 적 없다"는 선생 경훈의 진심 아닌 진심에 눈물을 흘리는 순정남이기도 하다.

경훈은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제자 상우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상처 입은 그를 보고 있자니, 괴로운 마음 또한 든다. 경훈은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집요하게 건드리는 상우의 유혹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남쪽으로 간다>는 기태는 준영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를 건네고 잠든 준영을 태운 채, 남쪽으로 향하는데 준영이 깨어난 후, 두 사람이 간직하고 있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수면제를 탄 커피를 건네야 할 정도로 기태의 마음은 절박하다.

왜 전화를 받지 않는지, 좋아한다고 했던 말들은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은 것 투성이다.
 

   
▲ '지난 여름, 갑자기'


'미친 호모 자식들'이라며 악담을 퍼붓는 준영. 정말 아무 감정 없냐며 물고 늘어지는 기태가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스럽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도무지 알지 못하는 기묘한 마음이 든다.

이송희일 감독은 <후회하지 않아> 이후 탈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두 남자와 그들을 돕게 된 한 여자의 필사적인 도주를 담은 로드 무비 <탈주>를 발표했다.

그만의 영화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탈주>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지만, <후회하지 않아>에서의 독한 사랑을 기대했던 관객들을 아쉽게 만들었던 것 또한 사실.

'6시간의 산책'을 통해 두 남자가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을 담은 세 작품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를 통해 이송희일 감독 특유의 묵직한 정서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