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600년 천년을 내다본다
   
▲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의 야경.




경인지역 중심 한국 근대공업 태동

경기도 제조업부가가치OECD 34개국 중 최상위


경기도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거점이었다. 1960년대 이후 한국경제 발전사는 민족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끊임없는 도전과 용기의 대장정이었다.

경제 도약과 고도 성장의 주요 거점이 경기도, '경인공업지역'(경인·경수 산업단지)이다. 근대로 접어든 강화도조약 이후 인천항의 개항과 일제의 식민지, 해방을 거쳐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오늘날 '한강의 기적', 'IT강국'을 만들어 낸 곳이다. 수도 서울과 개항장 인천을 연결하는 '경인공업지역'을 형성한 경기도는 첨단산업과 삼성·LG·SK·LS·유한양행·대림 등 많은 주요 기업들의 모태였다.

수원과 안산, 시흥, 군포, 안양, 부천 등은 한국 경제의 원동력이었던 공업도시다. 수원의 삼성전자와 용인·화성의 삼성반도체, 파주의 LG디스플레이, 이천의 SK하이닉스, 화성·광명의 기아자동차, 평택의 쌍용자동차 등 우리나라 첨단산업의 중심이다. 이들 기업이 만들어 낸 기술은 세계표준이고, 상품은 곧 세계적인 브랜드다. 경기도의 산업 발전이 한국 산업 발전의 거울이 됐다.

이제, 아날로그 굴뚝산업단지는 디지털 첨단·정보통신산업에게 자리를 내 주고 있다. 삼성 수원사업장은 디지털 벨리로, 안양 대한전선 공장 자리는 스마트 스퀘어라는 이름으로 첨단 R&D와 벤처 단지로 진화하고 있다.

 

   
▲ 옛 반월·시화산단인 안산·시화스마트허브는 수도권 인구 분산 정책의 일환으로 서울과 경기도 각지에 산재한 중소기업 공장 등을 계열화해 육성할 목적으로 조성한 산업단지다. /사진제공=안산시



▲근대 공업의 태동지, 경인공업지역
"경인공업지역은 한반도에서 근대 공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던 구한말(舊韓末) 이후 오늘날까지 한반도의 중심 공업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그 지역은 수도 서울과 그 외항인 인천을 핵으로 그 주변의 수원·안양·시흥·안산·부천·성남·광주·용인·이천·의정부 등 수 많은 공업도시들을 포함하고 있다."(경인공업지역의 형성 발달에 관한 연구, 1990년, 황재기 서울대 교수)

경기도 지역은 구한말 근대 공업이 싹튼 지역이라는 것이다. 한반도의 중심으로 모든 산업과 인구, 자본, 노동력, 교통과 통신, 동력, 용수 등이 국내 어느 지역보다 풍부했기 때문이다.

1883년 인천(제물포)이 1876년 부산, 1880년 원산에 이어 세 번째로 개항하면서 경기도 지역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인천항은 곡물의 대량소비지였던 서울을 배후지로 곡물수출입지역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조선사회가 인구면이나 농업생산성 측면에서 심각한 정체국면에 빠져들 때 개항을 시작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서구 문물을 도입한 것이다.

경기도의 공업은 경인공업지대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주된 업종은 방직공업, 정미업으로 대표되는 식료품공업, 기계기구공업 등이다.

일제 강점기의 경기도는 인구가 많아 소비재 판매시장이 확대되고 노동력 공급이 수월해 경인공업지대가 형성됐다. 특히 1930년대 후반부터 전시체제로 나아감에 따라 경기도 지역에 공장 사업소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경기도 바로알기, 경기도)

1876년 개항 이후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3단계의 개방화 과정을 겪는다. 제1기는 개항에서부터 1910년 한일합방 때까지 외국상품에 대한 문호개방의 시기이고, 제2기는 1910년 합방에서부터 1945년 해방까지 일본경제 일부로 편입한 시기이며, 제3기는 해방과 더불어 다시 독자적 국민경제를 형성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지도를 확립하고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이룩한 시기다.(새로운 한국경제 발전사, 나남, 2005, 이대근 성대명예교수)

특히 1930년 대 안양에는 방직과 제지 등의 공장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이곳에 근대공장의 설립과 더불어 인구가 늘기 시작, 1929년 6198명이던 인구가 1949년 1만4453명으로 늘었다.

1940년대 경기도의 총생산액은 4232만 엔이었으며, 이 가운데 기계기구공업이 절반을 차지했다.


▲경기도 산업의 현주소
현재 경기도 산업단지는 국가 산업단지 4개소, 일반산업단지 11개소, 도시첨단산업단지 1개소, 농공단지 1개소 등 모두 117개소(조성완료 72, 조성 중 45)에 전체 면적은 1억674만5000㎡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는 GRDP(지역내 총 생산)가 국가전체 19.6%(전국 1175조원, 경기도 231조원)를 차지하고, 전국 중소기업 20.6%(전국 312만2332개, 경기도 64만4341개), 전국 대기업 14.7%(전국 3125개, 경기도 458개)가 집중돼 있는 국가경제의 중추지역이다.

또 한국은행 경기본부의 지역경제조사연구자료(2012년 10월)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세계시장 점유율(2011년 매출액 기준 11.2%) 3위,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점유율 49.8%로 1위를 차지하는 등 제조업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이 가운데 경기지역은 전체 반도체 생산의 71.1%, 고용의 56.4%를 차지하는 등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100조원을 투자, 의료기기와 태양전지, 차세대 반도체 등 신수종 사업단지를 조성해 2015년 말까지 입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성태 경기도 경제투자실장은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라며 "수원에서 용인 기흥, 화성 동탄, 평택 고덕, 아산 탕정으로 이어지는 광역 첨단산업벨트를 구축하면서 경기 서해안 일대는 단숨에 세계 IT 경제의 중심으로 변모하게 됐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06년 4월 '파주 LCD 산업단지'에 들어섰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우리나라 LCD산업을 이끌고 있는 양대축이다. 특히 노트북과 모니터, TV용으로 사용되는 대형 LCD 부문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23%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초일류기업이다. 파주LCD산업단지는 우리나라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데 있어 근간이 되는 곳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1일 발표한 '지표로 본 경기도의 글로벌 위상과 시사점'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제규모는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로 작은 국가 수준이다. 또 경기도는 R&D 지출비중과 연구인력 비중,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 등이 OECD 내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기술혁신 성과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반면 고용률과 출산율은 최하위 수준이며, 서비스 부가자치 비중은 29위로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오늘날 경기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도내 곳곳의 주요 도시들은 IT, 반도체, 자동차 등 최고의 기술력을 뒤받침하는 우수 인재들이 모여 있는 세계적인 연구·생산기지다.


/글 이동화·사진 김철빈기자 itimes21@itimes.co.kr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아시아 최대 연구단지

박사급 인력만 1600여명


▲작은 공업회사로 출발
1969년 11월1일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에 조그만 한 개의 공업주식회사가 설립됐다. 그 기업이 '삼성전자'이고, 그 곳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이른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다.

1972년 흑백 TV생산을 시작으로, 1998년 디지털 TV 세계 최초 양산, 2006년 세계 TV시장 1위 석권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과 함께 VTR·프린터 등 다양한 새로운 문명의 기기들을 쏟아냈다.

여기에 용인 기흥에 있는 반도체 생산공장은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천이었다. 1992년 반도체 생산 세계 1위로 등극하며 조(兆) 단위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수원사업장은 새로운 기술의 역사를 쓰고, 새로운 인류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삼성은 디지털 강자가 됐다.

▲기술역사 선도 '삼성 디지털 시티'
'DISCOVERY STARTS HERE(발견은 여기서 시작된다)' 지난 1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R3(연구소) 건물 전면에 부착한 문구다. 새 브랜드 목표를 추구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에 있던 생산라인은 모두 철수됐다. 현재는 최첨단 연구단지로 대변신했다.

R&D와 마케팅 복합단지다. 이름도 '삼성 디지털시티(Samsug Digital City)'로 바뀌었다. 일일 출입 차량 4000대, 일일 방문객 5000명이다. 주요 연구·개발 제품으로는 TV와 모니터, 휴대폰, 테블릿 PC, 노트북, 프린터, 생활가전(에어컨·냉장고·세탁기·로봇청소기·전자오픈 등)이다.

구석기 시대, 한탄강변 연천 전곡리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첨단 도구였던 주먹도끼를 사용했던 그 후예들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첨단도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다.


대지 면적 141만㎡에 들어 선 초고층 연구 빌딩에는 연구원 등 3만97명이 새로운 기술의 역사를 쓰고 있다.
직군별 연구원은 R&D에 1만9242명, 마케팅·디자인 3496명, 설비 2472명 등이다. 석·박사급만 9000명(박사 1693명, 석사 7464명)이 넘는다. 전체 인원 64%가 R&D 직군이다.

디지털 연구소 R4는 38층 건물로 9000명이 입주해 있는 아시아 최대 R&D 연구소다. 지금 공사를 하고 있는 R5는 25층 쌍둥이 빌딩으로 이곳에만 연구원 1만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정보통신연구소 R3는 27층 건물로 6500명, DMC 연구소(R2, 11층)에 1300명이 포진해 있다.

이들 연구원들은 앞으로 10년, 20년 뒤 무슨 사업을 해야 먹고 살 것인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은 무엇인가, 세계 시장에서 1등 상품을 어 떻게 만들 것인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999년 광주광역시로 생산라인을 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 34개 생산법인으로 이전했다. 2004년 이후 최첨단 R&D 연구단지로 탈바꿈했다"며 "제품 사이클이 워낙 빠른 전자업계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동화기자 itimes2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