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타일러 지음, 도서출판 멜론, 280쪽, 1만1200원
섬세하고 따뜻한 문체로 깊은 울림
   
 


<놓치고 싶지 않은 이별>(앤 타일러·도서출판 멜론)는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미국 문단의 대표 작가이자 현재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앤 타일러의 소설이다.

미국판 박완서라 할 수 있는 앤 타일러는 출간하는 소설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작품을 올리고, 수많은 언론사와 독자들의 찬사를 받는다. 이번에 발표한 열아홉 번째 신작 소설도 전작처럼 출간 즉시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그녀의 명성과 저력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앤 타일러의 작품들은 주로 운명적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조직 속에서의 관계 단절, 개인이 그 속에서 느끼는 근본적 고립감과 그에 따른 정신의 성장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작품 속에는 어떤 인위적인 극적 요소도 센세이셔널리즘도 없다. 앤 타일러가 스스로 "아주 사소한 일도 실제로 거대하고 중요한 일보다 더욱 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얘기했듯이, 항상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드라마에 관심을 보인다. 결점이 있기 때문에 더욱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궁극적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긍정과 연결된다.

앤 타일러는 사물을 관찰하는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눈, 인간성에 대한 신선한 통찰력, 날카로운 유머 감각, 특히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물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신작 <놓치고 싶지 않은 이별>도 앤 타일러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상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이별의 아픔을 겪는 주인공 아론을 의연하고 담담하게 그리면서, 독자로 하여금 진정한 이별과 사랑에 대한 되새김과 깊은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이별>은 아내와의 갑작스러운 사별로 삶의 방향을 잃은 한 남자가 '삶과 죽음',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절망적인 아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한 단계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을 겪고 홀로 남겨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심리적 변화를 앤 타일러만의 부드러운 시각과 섬세한 문체로 담아내,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몰입과 공감을 불러오고 있다.

앤 타일러는 그녀의 나이만큼이나 깊어진 삶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인 희로애락의 공생 관계를 주인공 아론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절망도 추락해 가는 영혼을 담금질하면 행복으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고, 행복이라는 감정 역시 슬픔과 절망을 느껴본 사람만이 더욱 값지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음을 새삼 일깨워준다. 비록 갑작스러운 사별이라는 큰 슬픔을 다루지만, 그 안에서 화해하고 성숙하고 결국엔 더 큰 행복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삶의 모든 면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안겨준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