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천

나는 육식을 하고 있지만 동물을 사랑한다.

또한 나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식물을 섭취하고 있지만 산과 들의 나무와 풀, 꽃을 내 정겨운 벗으로 삼고 있다.

가끔 나는 한밤중에 산행을 하는데 그 이유는 자연과 숲의 세계를 온전히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이슥한 밤 어둠이 깊게 드리워진 숲길을 혼자 걸을 때 나는 자연과 더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

나는 돈과 권력 즉 물질이 최고 가치로 추앙되는 지금의 시대에 잃어버린 인간본성을 되찾고 인간이 유대와 소통, 상생의 길을 걷기 위해선 반드시 '야생'(野生, Wild Life)을 느껴야 하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사실 인간 본연의 길로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수많은 성인들과 철학자들 그리고 문학가들이 나타나 입이 닳도록 외쳐댔지만 그들의 언어는 어렵기도 하거니와 후세에 와서 본질이 왜곡돼 전달되기도 한다.

또한 나와 같은 미련한 두뇌의 소유자에게는 이해불가의 영역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찾은 길이 바로 야생을 느끼는 것이다.

야생 즉 자연 속에서 인간 삶을 배우는 것이다.

낮과 밤이 천지 차이듯이 밤과 낮의 자연은 다르다.

밤은 자연이 깨어나는 시간이며 낮에 숨죽였던 야생의 생명들이 수만가지 언어들로 제 목소리를 내는 시간이다.

오늘은 이 자연의 세계, 야생의 세계를 통해 인간 세계를 비록 짧게나마 통찰하고자 한 책을 소개한다.

생물학자이자 과학에세이스트 최재천 교수의 <통찰>(도서출판 이음)이란 책이다.

최재천 교수에 대해선 지난 4월5일에 그가 쓴 <다윈 지능>을 소개하면서 짤막하게 언급했었다.

그의 저서 <다윈 지능>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일관된 주제로 삼고 있는 '진화'의 핵심을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진화가 일어나기 위해선 변이, 유전, 경쟁, 자연선택이란 네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통찰>은 자연과학자 최재천이 자연, 생명으로부터 인간 사회의 작동 메커니즘을 제목 그대로 통찰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정크 푸드와 동격으로 치는 모 신문에 연재한 짧은 칼럼을 모은 것이라 불만이지만 자연 세계의 다양한 생명원리를 통해 인간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개미 사회에서 일개미들이 여왕개미를 선택하는 방식을 소개하며 우리 사회의 선거제도를 언급한다든가, 인간의 앞발을 손으로 바꿔준 엄청난 진화적 도약이 엄지로부터 비롯된 것을 소개하며 젓가락을 사용해 엄지가 발달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이 덕분에 휴대전화 문자 빨리 보내기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둥, 연어의 회귀 행동을 이용해 각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연어를 방류하는데 인공부하장에서 태어난 연어 치어들은 경쟁·자연선택의 과정이 생략됐기에 유전자의 질적 저하가 일어나 자연 생태계에서 연어 개체군은 점점 허약해지고 있다든지 등등.

하지만 개인적인 불만도 없지 않다.

최재천은 <다윈 지능>에서 인간세계에 '통섭'이 필요하다는 꽤 의미 있는 인문학적 통찰을 보여줬는데, 정작 제목이 <통찰>인 이 책에서는 과학적 지식을 단상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치는 느낌이다.

즉 <다윈 지능>에서는 인간사회의 새로운 가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자연에서 찾는 통찰을 보여줬으나 이번 책에서는 자연과 인간사회를 비교 성찰하지만 깊이 있게 인간사회 속으로 침투하지 못한다.

그는 훌륭한 생물학자에 만족할 뿐 그 이상 더 나아가지 않으려 한다.

즉 통섭의 세계로 못 나아간다.

전작 <다윈 지능> 및 여러 저술에서 그는 통섭을 제시하며 서로의 다른 개체와 개체,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서로 막힘없이 두루 통해 큰 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사실 통섭이란 개념은 최재천의 스승인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통섭, 지식의 대통합>에서 처음 주창한 개념이다.

쉽게 말하자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서로 통해 새로운 학문을 형성하자는 뜻인데, 최재천은 통섭을 학문적 영역으로 국한시키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적어도 에세이스트는 정치적이어야 하며 급진적이어야 하지 않은가?

나는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배우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세상을 인간답게 아니 자연답게 생명과 야생이 충만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밤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자연의 숲길을 걸었던 것 아닌가?

어쨌든 재밌는 책이긴 하니 시간 날 때 읽어보시길.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