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50편 해부 … 보는 힘 키워주는'작법書'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톰 스템플·시공아트)은 대학에서 40년 동안 영화사와 시나리오 작법을 가르쳐 온 저자가 그동안의 경험을 축척해 내놓은 '좋은 시나리오 쓰기 비법서'다.

할리우드 영화 50여편을 좋은 예, 그저 그런 예, 나쁜 예로 나누어 분석하면서 시나리오 쓰기 법칙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이창>과 같은 고전에서 <러브 액츄얼리>, <타이타닉>, <쥬라기 공원>, <스타 워즈>와 같은 최신 작품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중요한 시나리오를 제대로 쓰는 비법은 없을까? 만일 수학적인 공식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런 비법은 없다. 시나리오 쓰기는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어떤 영화에서는 잘 들어맞는 원칙이 다른 영화에서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좋은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비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왜 좋고 저 영화는 왜 나쁜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좋은 시나리오를 쓰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이 책은 할리우드 영화 50여편을 골라 좋은 작품, 그저 그런 작품, 나쁜 작품으로 나누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시나리오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독특한 작법서다.

40여년 동안 영화사와 시나리오 작법을 강의해 온 저자는 시나리오를 잘 쓰기 위해서는 고정불변의 법칙에 따르는 대신에 영화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멜로, SF, 판타지, 코미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날카롭지만 유머러스한 촌철살인의 문장들로 낱낱이 해부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는 최고의 연출, 최고의 장면, 최고의 음악이 어우러진 신을 알려 주며, <이창>에서는 스릴러물에 필수적인 반전의 순간들을 짚어 준다.

시나리오 작가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폭력과 섹스 문제는 <파고>와 <킨제이 보고서>에서 논의하며,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이 투 마마>와 같은 독특한 영화들도 소개해 준다. 하지만 독자들이 가장 흥미를 느낄 부분은 어쩌면 나쁜 영화를 다룬 3부가 아닐까 싶다.

영화가 성공하면 형편없는 시리즈로 줄줄이 이어가는 나쁜 관행뿐 아니라, 엄청난 제작비가 결국 영화를 망치고 마는 사례가 도마에 오른다. 조잡하기 짝이 없는 코미디 영화, 설정과 구성이 엉성한 SF 영화도 저자의 예리한 눈을 피해 가지 못한다. 많은 마니아층을 가진 <앵커맨> 제작자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조지 루카스도 가차 없다. 나쁜 시나리오에 나쁜 연출로 영화를 망쳤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리한 법칙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양한 장르에 다양한 표현 방식을 가진 영화들을 관람하듯이 편한 마음으로 살펴보는 과정에서 시간적 시점과 공간적 시점, 구조, 대사, 캐릭터, 주제 등 시나리오의 주요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그러나 빠짐없이 논의된다. 412쪽, 2만원.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