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러미 스카힐

지난 봄,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SJM 공장의 노동자들이 파업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 때 컨택터스라는 경비용역업체 직원 200여명이 공장에 들이닥쳐 농성 중이던 노동자 150여명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이들을 공장 바깥으로 내쫓았다.

이 과정에서 경비업체 직원들은 폭력을 휘둘러 노동자 35명이 머리가 찢어지고 팔다리가 부러지고 얼굴이 함몰되는 중상 등을 입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보면, 컨택터스는 준군사조직이다.

아니, 법에서 총기소지를 금지해서 그렇지 만약 총기류가 허용된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정예부대인 해병대나 특전사를 능가하는 군사조직이라 할 수 있다.

컨택터스는 최신 장비인 투명 헬멧과 방패 및 방검복을 갖추고 있으며 경찰이 보유한 것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병력 운송 버스와 시위진압용 독일제 물대포 차량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들은 무인헬기 항공 채증, 채증 전문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선전하기도 했다.

과연 경찰력에 버금가는 이 같은 사설경비용역업체가 불법을 저지르고 폭력을 휘두르며 우리나라에서 활개를 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에 답하기 전에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용병부대인 '블랙워터'의 활동과 실상을 파헤친 책 <블랙워터>(제러미 스카힐·삼인)를 소개해 본다.

이 책은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성장하여 이라크 등지에서 활약을 한 최강 용병부대 '블랙워터'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블랙워터는 부시 행정부의 암묵적 지원에 따라 급성장했다고 한다.

블랙워터는 언제든 소집 가능한 전직 특수부대 요원과 군인 및 은퇴 경관 2만1000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 국내를 비롯해 9개국에 2300명 이상의 민간 용병을 배치했다고 한다.

블랙워터는 중무장 헬리콥터, 소형 감시 비행선 등 2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만 명의 경찰과 미국의 우방국의 군대를 훈련시키는 군사학교 역할도 하고 있다.

사실 미국이 이라크,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과 남미 등 제3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데 블랙워터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블랙워터는 1997년 창립되었는데, 블랙워터의 창립 배경과 존립 근거는 부시 행정부의 딕 체니 국방부 장관 시기에 추진된 대규모 군대 민간화 사업이다.

체니를 비롯한 네오콘은 미군을 직접 해외로 배치 파병에서 오는 현지 주민들의 반발과 저항, 세계 여론 악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군의 민간화를 추진했던 것이다.

군의 민간화란 쉬운 말로 용병을 투입하는 것이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미국 정부는 미군을 통해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것보다는 블랙워터라는 용역회사 직원들을 통해 고용해 국내외의 비판여론을 피해가겠다는 의도이다

결국 세계 최강의 용병부대인 괴물 블랙워터는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의 필요에 의해 태어난 것이다.

앞서 얘기했던 우리나라의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존재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컨택터스가 SJM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테러를 가하고 파업농성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으로 세상에 그 정체를 드러내고 유명해졌다면, 블랙워터는 2004년 4월4일 이라크 나자프 시에서의 총격 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블랙워터 요원들은 이라크 시위대를 향해 수천 여발의 총알과 수백 여발의 수류탄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죽거나 다쳤다.

더군다나 한 블랙워터 요원은 시위대와의 총격전을 비디오로 촬영했는데 이 충격적인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용산 참사사건처럼 또는 쌍용자동차 강제진압처럼 경찰은 민간인들에게 법의 이름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이를 공권력이라 칭하며 정당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공권력이란 용어는 본질을 흐리고 은폐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서 공권력의 본질은 약자와 민간인에 대한 폭력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용산이나 쌍용차 사태 때 경찰은 컨택터스나 블랙워터와 같은 민간군사기업이 투입되는 것을 방관 방조하기까지 했다.

폭력의 기업화를 부추기는 주체가 누구인지, 이들을 필요로 하는 집단과 계급이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한 번 생각해보시기를 바란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