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관 지음한울288쪽, 2만4000원
   
 


민간인 최초로 비무장지대를 누빈 사진작가 최병관의 비무장지대에서의 450일간의 여정과 사진, 기록을 담은 사진집 <휴전선 155마일 450일간의 일기>(도서출판 한울)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출발점은 199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우리나라 육군본부는 분단 이후 반세기만에 최초로 휴전선 인근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휴전선 155마일'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이때 사진작가 최병관이 선정되어 450여 일간 군인들의 경호를 받으며 최전방 지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작가 최병관은 "내가 이번 휴전선 155마일 사진 작업을 하다가 죽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국가나 육군본부에게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라는 비장한 각오를 담은 유서를 쓰고 비무장지대 155마일에 카메라 앵글을 맞춘다.

당시의 사진작품들은 유엔(UN)에서 '평화와 생명'이라는 모토로 전시되었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병관 작가는 대통령 표창 등을 수여했으며 'DMZ 작가'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당시 휴전선 155마일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의 공간을 촬영한 사진작가의 일기와 사진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은 우선 휴전선 인근의 역사적 현물을 보고하고 반세기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DMZ 내의 자연환경 및 생태를 충실하게 담고 있다.

아울러 전방 지역을 사수하는 장교 및 부사관, 병사들의 생활과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다.

사진과 글은 4계절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가 각 부대에서 군인들과 함께 숙식하며 경험한 DMZ의 모든 것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봄은 청성부대, 백골부대, 맹호부대, 전진부대 지역을, 여름은 열쇠부대, 비룡부대, 태풍부대, 필승부대, 무적부대 지역을, 가을은 청룡부대, 칠성부대, 뇌종부대 지역을, 겨울은 청성부대, 백두산부대, 을지부대 지역을 다룬다.

사진 한장 한장 마다 작가 최병관은 전쟁과 분단의 상흔을 날카롭게 때로는 비감어린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다.

민간인에게 처음 공개되는 전쟁과 분단의 경계선에 흐르는 긴장감도 생생하게 담겨있다.

이와 함께 전쟁과 분단의 현장에서 이를 감내해내는 사진작가 최병관의 심경도 일기 형식의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는 "수많은 총탄 자국이 육중한 철마를 벌집처럼 쑤셔놓았다.

녹슨 기차 꼭대기에는 팔뚝보다 굵은 구렁이 한 마리가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쏘아봤다.

여기저기 녹슨 철판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처절했던 그때의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져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특히 짝 잃은 깜장고무신 한 짝 앞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바삐 도망치느라 떨어뜨렸을 이불보따리와 이빨 빠진 하모니카가 앞에서 기분이 아득해졌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는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며 그때 심경을 담담히 전한다.

최병관의 작품은 모두 자연을 주제로 하고 있다.

최병관은 결코 후드와 필터를 사용하지않으며 트리밍도 철저히 배격하는 작업 스타일로 유명하다.

2010년 7월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주관으로 '한국의 비무장지대 평화와 생명을 찾아서'사진전을 열었다.

2004년 일본 동경사진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한국 휴전선의 비경전'을 열었다.

2000년 일본 NHK TV에서 아시아의 작가로 선정해 '한국의 사진작가 최병관' 편을 전 세계에 방영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전쟁으로 끊어진 경의선 철도·도로 복원공사 비무장지대 사진 작업을 했다.

대통령표창, 외교통상부장관상 인천광역시문화상(미술 부문)을 받았다.

서른여덟 번의 개인전과 열다섯 권의 사진집,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등단 시인이기도 하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