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숨은이야기 사극보다 재밌는 근현대사
   
 


복잡한 연표와 어려운 용어들. 역사수업시간은 여느 학생들에게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역사를 인물과 사건을 들어 재밌게 설명한다면 아이들이 귀를 쫑긋하겠지?

새책 <에피소드 한국사>(앨피·320쪽)는 현직 교사가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사건과 사람이야기로 엮은 재미있는 근현대사 이야기다.

15년 간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쳐 온 저자 표학렬은 학생들의 잠을 쫓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교과서 행간에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항일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시일야방성대곡'이 사실은 단재 신채호의 작품이라는 소문을 들어보았는가? 이 소문은 사실일까 거짓일까? 이런 소문이 떠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봉길 의사가 홍커우 공원에서 도시락 폭탄을 던졌는데 어떻게 폭탄을 갖고 들어갔을까? 그때는 금속탐지기가 없었으니까 적당히 위장해서 들고 갔겠지? 아냐, 그 전에 이봉창 의사도 도시락 폭탄을 던졌다던데 일본 경찰이 그렇게 허술했을까? 어떤 일본 여자가 폭탄을 공원 안까지 날라다줬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정말일까?'

그의 학생들이 "국사가 가장 재미있는 과목"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은 남에게 알려지지 않는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이 살고 있는 역사'를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나둘 에피소드를 모았고 그것을 이번에 책으로 펴내게 됐다.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은 단순히 재밌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시일야방성대곡'에 얽힌 괴소문을 소개하며 그 안에 일제시대 지식인들의 분노와 저항, 실천, 그리고 장지연의 모호한 행적에 대한 실망감이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줄거리와 사론 위주로 서술된 교과서의 틈새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채움으로써 사람이 살아 있는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를 훌륭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이 책은 교과서에서 출발한 가볍고 즐거운 역사를 지향한다.

그래서 먼저 교과서에 담긴 해당 사건에 관한 서술을 간단히 요약한 뒤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설명한다.

핵심만을 간추린 교과서의 짧은 글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생각, 사건과 사람이 존재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이 필요한 부분은 별도의 박스에 담았고 세계사의 큰 흐름속에서 사건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책 뒤에 간단한 연표도 붙였다.

저자 표학렬은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살아왔으며 어릴 적 위인전을 옆에 끼고 살며 TV사극 시청을 즐겼다.

연세대 사학과에 입학한 저자는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나이 서른에 한양여고(현 한양사대부고)에서 교편 생활을 시작했다.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