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위해 시민단체등 참여 절실
대회준비조직 통합·정비 급선무
신용석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부회장
   
▲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신용석(69) 부회장의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시민에게서 멀어진 대회를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앞으로 2년 뒤면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여기에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테스트 이벤트로 치러지는 제4회 인천 실내·무도아시안게임은 3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쯤되면 거리는 축제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활기가 넘쳐나야 한다.

개항 이래 치러지는 최대 규모의 스포츠 축제를 맞아 인천은 한껏 들떠 있어야 하는데 왠지 조용하다.

정부당국은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비 지원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인천시도 아시안게임과 관련해 경기장을 짓는 지원본부와 전체 운영을 맡은 조직위원회를 분리해 출범시키는 등 출발부터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심지어 일부 시민단체는 재정 악화를 우려해 아시안게임 반납을 요구할 정도로 오히려 분위기가 싸늘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이 한데 모여 즐겨야 할 아시아 최대의 축제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느낌이다. 왜 그런지 이유가 궁금하다.

신용석(69) 전 OCA 부회장을 만나 총체적인 문제와 해결 실마리는 없는지 물었다.

그는 2007년 쿠웨이트 신화를 이끌며 인천에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장본인이다.

지금은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아시안게임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중앙정부는 물론, 인천 시민조차 인식이 미흡하다"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이어 "시민 인식이 확대될 때 중앙정부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꼬여 있는 현안을 실타래 풀듯 풀어낼 실마리는 외부(정부당국)보다 내부(인천 시민)에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출발부터 꼬였다.

인천아시안게임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 의해 유치됐다.

여·야, 진보와 보수로 나눠지는 대립 구도 속에 대회 개최가 결정됐다.

이후 상황은 뒤집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했고 인천시는 송영길 시대를 열었다.

이 또한 불협화음의 관계가 된 것으로 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보면 국제대회 유치에 중앙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천은 처음부터 중앙정부의 도움없이 대회를 유치했습니다."

출생부터 미운 오리새끼였던 대회는 성장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명박 정권이 대놓고 인천 홀대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주경기장과 실내무도대회 정부 지원금을 주지 않는 게 말이 됩니까? 정부당국이 아시안게임이 갖는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는 거죠."

하루 빨리 정부당국의 적극적 지원을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아시안게임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인식의 전환

40억 인구의 아시아는 지구촌의 중심이다.

대한민국 무역의 3분의 2가 아시아 국가와 이뤄지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스포츠행사다.

이념을 넘어 오로지 스포츠를 통해 아시아 45개 국이 하나가 되는 축제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올림픽보다 아시안게임을 더욱 크게 생각합니다. 중앙정부는 이를 모르고 있어요."

아시아 상당수 국가가 올림픽에서 단 1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의 경우 금메달 1개 이상을 따낸 아시아 국가는 7개 국가에 불과하다.

은메달 1개 이상이 6개국, 동메달은 8개국에 그쳤다.

한·중·일 등을 제외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 올림픽을 남의 잔치로 보는 이유다.

반면 아시안게임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 약소국도 조금만 노력하면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

실제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로 동메달을 딴 아프카니스탄의 한 청년은 귀국 후 영웅이 됐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천 도시 브랜드는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도 아시안게임이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죠."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연거푸 치러냈다.

재밌는 건 중국이 광저우에 쏟아 부은 돈이 베이징의 2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중국인 특유의 민족성을 생각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늦지 않았다.

여수는 엑스포 개최 8년 전부터 홍보관을 운영했다.

광저우도 4년간 대회를 준비했다.

대회 후 여수엑스포는 여수시는 물론 호남권 전체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저우는 2007년 중국 10대 도시 중 행복지수가 꼴찌였는데 아시안게임 이후 6위까지 뛰어 올랐다.

인천은 어떨까?

대회 유치 5년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변화를 못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도심 지하철에 간간히 보이는 포스터와 시내 곳곳에서 진행 중인 경기장 건설 소음만이 아시안게임 유치 도시임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회 준비가 필요합니다.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가 앞장서 시민단체와 언론계, 교육계 등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죠."

시민의 힘을 모아야 대회 성공의 길이 보인다.

그래야만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중앙정부도 인천 시민의 염원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신 부회장의 설명이다.


/배인성기자 isb@itimes.co.kr



■ 실내·무도아시안게임에 대한 신 부회장의 단상

"귀빈 의전·국제대회 운영능력 테스트" 

청소년대회 대신 유치 … 경제적 개최 가능

2009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서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 1년 전에 테스트게임으로 아시아청소년대회를 여는 것을 정관으로 확정했습니다.

결국 인천도 2013년 청소년대회를 치르게 됐는데, 걱정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청소년대회는 인기가 없고 비용이 많이 필요합니다.

결국 OCA와 협상 끝에 청소년대회 대신 실내·무도대회를 치르기로 하고, 30여개에 이르는 종목도 대폭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한때 인천시가 테스트게임으로 전국체전을 치르겠다고 했지만 이는 불가능합니다.

테스트게임은 경기장을 미리 점검하는 목적도 있지만 해외 선수들의 입·출국을 비롯해 귀빈 의전, 국제경기 운영 등의 성격이 강합니다.

OCA가 정관을 통해 필수적으로 치러야 할 테스트 게임을 송 시장을 앞세워 쿠웨이트에서 받아왔다는 낭설에는 답답함을 느낍니다.


/배인성기자 isb@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