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스 존스 외

"밥은 먹고 다니냐?" 한때 이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가 한 말이다. 나는 송강호의 이 대사는 한국영화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대사라 생각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는 인사말이 "하우 아 유?"(본 기자 대단한 영어 실력이다)인데 우리나라에선 보릿고개를 넘나들던 시절부터 "식사하셨습니까?"라는 말을 아예 입에 달고 살았다. 전 국민이 이구동성으로 아침 점심 저녁 끼니때마다 혹은 꼭두새벽과 한밤중에도 만나는 사람에게 "식사는 하셨냐?"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바로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는 보릿고개 시절이 아련한 옛추억이 아니라 국제금융 '깡패' 조직 IMF 체제 아래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환기시켜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오늘날 … 나는 내 스스로에게 "우리가 밥은 제대로 먹고 살고 있는 것인가?"라고 자문을 하곤 한다. 또한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저들도 그리고 저들의 가족들이 굶주리지 않고 밥을 먹고 다니는지 헤아려본다. 이 때 송강호가 다시 한마디 던진다. "밥은 먹고 다니냐?"

오늘은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인류 모두가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적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실전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굳이 내가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나만 잘 먹고 잘 살기에도 벅찰 만큼 각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과 함께 더불어 잘 살자고 하면 "뭘 어떻게?"하는 뜨악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것 절대 어려운 일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꼼꼼한 안내서>(엘리스 존스 외·동녘)를 읽어보면 인류가 공동체로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이면서도 책 제목대로 꼼꼼하게 알려준다. 이런! 주입식 교육과 족집게 과외와 학원 강의에 익숙한 대한민국 독자들을 위해 각종 사회단체와 국제 사회단체, 홈페이지, 관련 서적들까지 알려주고 있다.

저자들은 인류가 더 나은 세상으로 진보하는 것을 가로막는 열 가지 잘못된 생각이 있다고 한다. 그 열 가지 생각을 확 뜯어고치란 얘기니까 마음에 잘 새겨두자. 지면관계상 여기에서는 그 중 몇 가지만 간추려 본다.

첫째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라는 생각이다. 둘째 "그건 내 책임이 아니야"라는 생각. 셋째 "혼자서는 변화를 만들 수 없어"라는 생각. 넷째 "난 시간과 힘이 없어". 다섯째 "난 활동가가 아니야"라는 생각 등등.
나는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이 딴 소리를 한다면 뭐, 이해할만하나 인류에게 가장 숭고한 행위 중에 하나인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따위 소리를 지껄이는 건 세상에 대한 자포자기이며 냉소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러한 태도야말로 세상의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한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냉소적인 태도를 타파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래 믿음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독교가 성장한 배경에 "믿습니까?"라는 목사의 강압적 질문에 성도들의 "믿습니다!"라는 맹목적 응답이 있지 않은가.

어쨌든 이러한 믿음과 확신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제시된다.

쇼핑 충동에 저항하기, 최소 포장 제품 구입하기, 동네 가게 이용하기, 사회적 기업의 물건 구입하기, 도시형 텃밭 가꾸기, 적게 소유하기, 건강한 식사하기, 집안 일 공평하게 분담하기, 시간을 정해 놓고 텔레비전 보기, 이웃에 누가 사는지 알아보기, 쓸모없는 우편물 줄이기, 좀 더 작은 집에서 살아 보기, 공동육아 하기에서부터 투표하는 방법과 노동자로서의 권리 알고 주장하기 등 온갖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할일이 많다고? 절대 아니다. 이 모든 제안들 앞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선 하나를 골라잡아 실천해보자. 그러면 줄줄이 사탕으로 또 다른 일들을 실천할수 있을 것이다.

간디는 "세상의 변화를 바란다면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 오늘부터 한 가지씩 변해보자.

/조혁신기자 mrpen68@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