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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경제면에는 심심치 않게 여성모델들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상품소개를 하는 기사와 사진들이 나온다. 계절에 따른 과일이나 채소를 선전하기도 하고 철 만난 조기나 심지어 꽃게까지도 선전한다. 추석이나 구정 때가 되면 백화점에서 선물용으로 판매하는 갈비세트나 외국산 과일을 홍보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일간신문에 나오는 백화점과 마트의 홍보사진은 형태도 유사하다. 젊은 여성모델이 두 명 또는 세 명이 등장하고 사진 앞면에는 상품을 잔득 진열해놓고 뒤에 숨어서 살짝 얼굴만 내놓는 형태의 판에 박은 듯한 사진들이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말처럼 초기에는 해당 백화점 이름을 이니셜로 표시하다가 근년에는 백화점이나 마트이름을 버젓이 기사화하고 친절하게도 가격까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어느 신문을 뒤져보아도 우리나라 신문처럼 백화점 상품을 큼직한 사진으로 기사까지 보태서 게재해주는 곳은 없다. 명백하게 해당 점포의 광고이기 때문이다. 여성모델까지 동원하여 특정회사의 상품을 기사면에 크게 보도하는 것은 신문윤리에도 위배되는 것은 물론이다. 10여년을 계속되고 있는 이같은 우리 신문들의 관행은 편집자나 독자들의 무감각 때문에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백화점이나 마트의 홍보책임자들은 신문지면에 그들의 상품선전이 사진으로 기사화되도록 하기위해 물밑경쟁을 펼치고 신문편집자들은 딱딱하게 보이는 경제면을 부드럽게 채색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백화점 모델사진을 쓰고 있는 것이다. 꽃게철에 어시장이나 재래시장에 나가서 보다 생생한 사진을 찍어 기사화 할 수 있지만 백화점 사진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재래시장 보호와 육성을 주장하는 언론사에서 경제면 사진으로 백화점 상품광고를 무료(?)로 해주는 관행은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언론윤리 문제가 아닌가 한다.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은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악수하는 사진이 실린다.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표를 달라는 뜻도 있지만 서민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뜻일 것이다. 선거 때나 등장하는 재래시장의 상품을 보다 자주 경제면에 등장시켰으면 한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