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식 한국은행 인천본부장
   
 


세계경제가 얽힌 실타래처럼 변해가면서 좀처럼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단초가 되었던 유로지역 국가들의 채무위기는 독일 및 프랑스 등이 중심이 돼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관련 국가간 이해대립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로 인해 세계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국으로까지 실물경제의 둔화가 파급되는 양상이다.
앞으로도 유로지역의 경우 경쟁력이 다른 국가들이 단일통화를 사용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데다가 여러 당사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적절한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도 찾기 어려워 이에 발목이 잡힌 세계경제의 어려움이 상당기간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인천경제도 어려운 형국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인천본부는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를 반영해 올해 인천지역 경제성장률을 당초 3.9%에서 3.1%로 조정한 바 있다. 최근 들어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가 지속되던 수출 뿐만 아니라 내수까지 동반부진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한편으론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됨에 따라 기업, 가계 등에서 대외경제여건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스페인 은행권의 구제금융 신청 소식 등으로 유로지역 채무위기가 재연되자 소비자심리지수가 5월 106에서 6월 102로 4p나 낮아졌고 제조업 업황BSI는 80에서 73, 비제조업 업황BSI는 74에서 63으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근에는 부채디플레이션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부채디플레이션은 채무가 많은 경제주체들이 경제상황이 어렵게 되자 채무상환을 위해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면서 디플레이션이 초래되고 이것이 다시 실질 채무증가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인천지역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금년들어 증가속도가 크게 둔화되기는 하였으나 대출잔액이 지난 5월말 현재 40.7조원으로 여타 광역시 평균(20.2조원)의 2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 주택매매가격도 전국과 달리 15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취약한 현실여건 하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지역내 경제주체 모두의 노력과 함께 상당한 인내가 요구된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서 헤쳐나간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합심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한다면 한 차원 더 성숙한 지역경제의 모습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주어진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고 침착하게 대비책을 하나 하나 마련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내 수출경쟁력 제고가 우선이며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인천의 주요 수출품목은 자동차, 철강제품, 기계 등 대외경제 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들로서 제품의 범용성 등으로 국제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품질향상 등을 통해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론 기존의 장치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바이오산업, 로봇산업, IT산업 등 첨단 신성장동력산업 중심으로 재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부채 디레버리징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2010년말 현재 인천지역의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중이 111.2%로 나타나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저금리 환경, 낮은 LTV비율 등으로 인해 디레버리징 압력이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역내 부동산경기가 여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디레버리징이 발생하여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
끝으로 이번 경제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여 회복국면에 접어든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국내 경기의 회복속도는 완만한 수준에 머물고 성장경로가 장기추세 수준으로 복귀하는 시기는 향후 1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인천지역 경제구조의 변혁과 함께 제품 및 기업 경영구조의 혁신이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