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식 인천남구장애인복지관장
   
 


복지예산의 확대는 올 연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의 핵심 아젠다 중 최우선 정책과제가 될 것이다. 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무모한 정당과 후보는 없을 것이며, 누구라도 시간날 때마다 복지시설·기관을 방문해 필요한 만큼 예산 지원을 해줄 것이라 강조할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까지 해야 충족할 수 있는 복지인가'에 대한 온도차가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선거가 끝나면 복지의 중요성도 자연 소멸될 것이다. 마치 태풍이 한반도 방향으로 온다고 예측될 때, A급이냐 B급이냐 하면서 야단법석 떨다가도 진행 방향을 바꾸어 나갈 것이라 하면 언제 호들갑 떨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게 지나가는 것처럼 복지를 강조한 목소리도 슬며시 사라질 것이다. 언제나 복지는 이용 대상이 될 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일이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가득 담긴 구체적인 삶 자체"라는 복지의 가치는 여전하다. 그러기에 늘 기대하면서도 단순한 정치인들의 혀끝에서 무책임하게 이용만 되는 것을 보면 늘 참담한 마음뿐이다.

최근 인천시 재정이 몹시 어렵다고 한다. 재정 파탄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다고 밝히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제 공무원들 급여까지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한다. 그동안 진보니 보수니 하여 나누어졌던 시민단체들마저 서로 역량을 모아 범시민 차원에서 시재정난 극복을 위한 서명운동 등 적극적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재정난 타개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자기 일처럼 지혜를 보태고 마음을 모으는 모습은 참으로 바람직하고 보기 드문 정겨운 광경이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까지 태우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인천시 재정난을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시행하는 예산 절약의 방안 중에 복지 부문의 예산까지 삭감할 계획이라는 등의 소문이 무성하다. 궁극적으로 옳은 방안은 아니기에 현명하게 대처해서 그저 소문으로 그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적극적인 정책 방향 없이 일시적으로 입막음 하려는 소극적인 대책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없다.
복지 부문 예산을 줄이는 것과 일반 예산을 절약하는 것은 별개의 차원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하는 대상과 영역에 대한 예산을 증액해서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정책 기조가 돼야 한다. 다른 영역의 예산을 절약하더라도 복지 부문의 예산만큼은 확대해서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천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우선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어려운 시기일수록 먼저 수행해야 할 과업이 되어야 한다. 다른 부문의 예산을 줄이더라도 복지 부문의 예산만큼은 최소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재정난 타개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복지를 든든히 하는 길이 궁극적으로 인천 시민을 모두 살리는 길이다. 이에 인천시 재정난 타개를 위한 최선의 방안 역시, 우선 복지 영역을 든든히 지원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복지는 삶의 기본이고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복지 영역이 안정되고 정착되어야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역량을 모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바탕으로 인천시의 재정난 타개도 원만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이처럼 복지는 가난한 이웃들을 살릴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시민들로 하여금 책임의식과 연대의 마음을 갖게 만든다. 이에 무엇보다 복지 부문의 예산 확대가 우리 인천시민을 더 건강하게 유지시키며 삶의 가치를 확인시키는 길이다. 고로 복지만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