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정치부 기자
   
 


인천시의 경인아라뱃길 수질 조사결과가 외부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4일이다. 이날 한 언론은 인터넷을 통해 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아라뱃길 수질이 기준치 이하로 나빠졌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수질의 척도인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과 물의 부영양화 수준을 나타내는 클로로필-a, 염분 등 구체적인 수치가 함께 담겨 믿을 만한 기사였다.

이 같은 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한국수자원공사와 지역 환경단체가 아라뱃길 수질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제3자의 객관적인 판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지금까지 수질 악화를 주장했던 지역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는 조사 결과이기도 했다.

기자는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 의미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뒤늦은 취재에 나섰다. 먼저 인천시 산하 수질하천보전과에 연락을 취해 조사 결과를 요청했다. 그런데 해당 부서는 자료 요청에 대해 '묘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전반적인 내용이 알려졌는데도 조사 결과를 내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수질 조사 결과는 당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시 조사 결과가 절대적이진 않아요. 한국수자원공사와 공동 조사할 예정이니 기다려 주시죠." 시 담당자의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시는 아라뱃길 수질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3의 기관이다. 시가 아라뱃길 수질을 조사한 까닭도 논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결과를 얻기 위함이었다.
공평하게 판정하겠다던 시가 자체 조사 결과를 숨기는 모양새는 마치 재판장이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는 꼴과 비슷했다. 결국 시는 언론들의 성화에 못 이겨 보도자료를 내고 "시와 한국수자원공사, 환경단체가 공동환경조사단을 꾸려 수질을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자료를 비공개한 까닭도 이해는 된다. 자칫 시가 환경단체와 같은 의견을 내는 것처럼 비춰지면 향후 한국수자원공사와의 관계가 껄끄럽게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가 환경단체의 편을 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는 무조건 시민의 편이어야 한다. 시는 물이 오염돼서 악취가 나는 게 아니냐는 시민의 의심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
시가 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27일 자체 조사 결과 수질은 정상 관리 중이며 공동환경조사단 구성 및 운영에 대해서는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천시로서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