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슈 코르착-어린이 권리 조약의 아버지>(글 그림 토멕 보가츠키·북뱅크)는 아무도 어린이 인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시대에 어린이 인권 옹호에 앞장서서 한평생 가난하고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 몸과 마음을 쏟은, 야누슈 코르착이라는 한 위대한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아과 의사이자 교육자, 철학자인 코르착은 대학에서는 의학을 전공했지만 작가로 집필을 계속했다. 그는 바르샤바에 '고아들의 집', '우리들의 집' 같은 시설을 마련하여 운영했으며, 아이들 스스로 공동체에 필요한 질서와 규칙을 만들어 꾸려가는 독자적인 교육방식을 실천했다. 제1차 세계 대전 중에는 야전병원에 동원됐다가 전쟁이 끝나자 고아원 운영에 매진했으나 1942년 8월 제2차 세계 대전 중 어린이 200명과 함께 트레브린카 수용소의 가스실에서 나치에게 학살된다.

이 그림책을 지은 폴란드인 화가 토멕 보가츠키는 전후세대이지만 민족의 역사에 흐르는 비극성을 자신에게 충분히 내면화시켰다. 이 그림책의 그림 한 점 한 점에 드리운 슬픔의 그림자가 그 점을 잘 말해준다. 또한 그림책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의 정수를 나직한 어조로 들려주고 있다.

나치의 명령에 의해 코르착이 200명 남짓한 아이들과 함께 최후의 장소인 바르샤바 북동쪽 트레브린카 강제수용소로 가는 날의 정경은 이 그림책의 그리고 코르착 인생의 클라이맥스다. 이미 할아버지가 된 자신도 몸이 쇠약한 상태였지만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냉정을 잃지 않고 앞장서서 죽음의 행진을 하는 코르착. 그리고 위엄마저 느껴지는 아이들. 인간 정신이 얼마나 숭고한지 또 인종차별이나 전쟁이 얼마나 커다란 죄악인지를 이 책은 가슴 뭉클하도록 감명 깊게 보여주고 있다.

코르착은 비록 무시무시한 유태인 학살로부터 어린이들을 구할 수는 없었지만 아동의 사랑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보호받을 권리에 대한 코르착의 주장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유엔은 코르착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79년을 국제 아동의 해로 정했다. 1989년 제정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코르착의 이론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