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츠키 히로유키

일본 문학계의 거장 이츠키 히로유키의 장편소설 <청춘의 문>(도서출판 지식여행) 시리즈 일곱 권을 드디어 모두 완독했다.

<청춘의 문>은 이츠키 히로유키의 대표작이자 청춘에 관한 웅장하고 치열한 삶을 담고 있는 대서사시이다.

<청춘의 문>은 총 발행부수가 2천200만 부를 넘는 스테디셀러이자 롱 베스트셀러다. 문고본 초판 100만 부 발행이라는 일본 출판계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한 작품이다.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작품은 두 차례에 걸쳐 영화로 제작됐고 세 차례에 걸쳐 드라마로 제작됐으며 연극으로 제작되고 만화로 발간되는 등 시대를 뛰어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를 잡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이부키 신츠케라는 규슈 지역 탄광촌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흔한 성장소설과는 달리 일본의 근대사와 전후 시대, 일본의 경제발전이 최고조로 향하고 있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일본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특색이 있다.

한국어판은 도서출판 지식여행에서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에 걸쳐 발간했는데, 기자는 <청춘의 문> 시리즈를 읽는 내내 다음 권 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열혈 독자가 됐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가 열풍을 불러일으킬 때 시리즈 발간을 기다리는 소년의 심정이 됐던 것이다. 또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이츠키 신츠케라는 인물에 매료돼 기자의 10대와 20대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자, 그렇다면 <청춘의 문>이 어떠한 매력이 있기에 기자가 이렇게 극찬을 늘어놓는지 설명을 해두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일 듯싶다. 요약하자면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누구나가 거쳐야할 청춘 시기에 더 크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한 통과의례가 있는 법인데, 이를 이부키 신츠케라는 주인공 청년의 거침없는 삶을 통해 보여주는데 있다.

제1권이 나왔을 때 소개한 적이 있는데, 주인공 이부키 신츠케는 탄광 노동자인 주조라는 사내의 아들로 태어나면서 이 대서사시는 시작된다. 주조는 야쿠자의 애인인 카페 여종업원 다에라는 여자를 납치하고 아들 이부키 신츠케를 안고 도망치다가 야쿠자 무리들과 혈혈단신 대격투를 벌이게 된다. 주조는 조선인 징용 광부들이 탄광 갱도에 갇혀 모두 몰살되게 되었을 때, 탄광사업주의 반대를 뚫고 이들을 구하고 장렬히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계모 다에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해가는 주인공 이부키 신츠케의 삶의 방황이 펼쳐진다. 고향을 배경으로 사춘기 방황을 그리고 있으며, 혼자 도쿄로 떠나 맞이하게 되는 대학 생활의 방황기가 그려진다. 주인공 이부키 신츠케는 항상 새롭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한다. 그는 학생운동에 뛰어들기도 하는데 거기서 희열과 좌절을 맛보며 방황한다. 야쿠자 세계에 잠시 발을 담기도 한다. 방황하는 삶의 연속이다. 게다가 젊은 날 청춘들이 한번쯤 겪게 되는 로맨스도 청년 이부키의 삶을 혼돈스럽게 한다. 동향 출신의 소녀 오리에와의 사랑과 이별도 독자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대학등록금(미국 다음이다)과 취업난 등 이중삼중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에겐 오로지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본능밖에 남아 있지 않다. 청춘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방황과 도전을 상실한 지 오래다. 오로지 '스펙' 쌓는데 몰입한다. <청춘의 문> 주인공 이부키 신츠케의 삶이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 이부키 신츠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는 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되는대로 흘러가듯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살다 보면 언제가 제가 해야 할 일이 눈앞에 나타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한 걸음이라도 그 목표에 가까이 다가서는 일이 인간에게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젊을 때에는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재기할 에너지와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년은 방황할 때 계속 움직여나가면 됩니다. 여기저기 부딪혀가면서 길을 발견하면 됩니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