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쓰모토 세이초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편 (도서출판 모비딕)을 소개하겠다.

일전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짐승의 길>을 소개하며 세이초의 작품세계와 '사회파 추리소설'의 세계를 맛보기(유식한 말로 '애피타이저'라고 하나?)로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야말로 세이초의 성찬을 즐기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허참, 사회파 추리소설이 뭐냐고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겠다.

지난번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짐승의 길>을 소개하면서 사회파 추리소설에 대해 입술이 닳도록 혀가 빠져라 설명했었는데… 뭐, 기억력 감퇴로 고생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설명해주겠다.

본 기자, 참 친절하다.

그러니 이번엔 까먹지 말고 밑줄 쫙 긋고 외워두시길.

사회파 추리소설이란 '트릭'이나 '범죄 자체'에 매달리던 기존 추리소설에서 벗어나 범죄의 '사회적 동기'(이 말이 핵심이다!)를 드러냄으로써 '인간성의 문제'(요 말도 핵심이다!)를 파고드는 추리소설을 말한다.

어렸을 적 보았던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나 모리스 르블랑의 뤼팽 시리즈,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등이 트릭이나 범죄 자체에 매달리는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반면 얼마 전에 미야베 미유키 원작을 변영주 감독이 영화로 만든 <화차>같은 경우가 바로 사회파의 전형인 추리소설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은 사건과 범죄의 동기는 항상 사회적인 모순이나 문제에서 발생하고 이를 통해 상실되고 파괴된 인간성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이 사회파 추리소설의 창시자가 마쓰모토 세이초다.

이제 이 사람이 나름대로 위대한 작가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세이초에 대해선 일전 글을 참조하시라.

소설 은 제목부터가 미스터리하다.

역시 추리소설은 제목이 야해야(?) 주목을 받는다.

사실 이 소설의 제목은 연쇄살인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다.

그러니까 제목의 뜻을 간파한다면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연쇄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소설은 흔히 그렇고 그런 추리소설에 머무르지 않는다.

세이초는 에서 일본 각지에 남아 있는 다양한 민속 설화를 살인 사건과 연결시키고 일본의 전통적이고 향토적인 공간을 소설의 배경으로 깔아놓으며, 추리소설 이전에 시공간적으로 깊고 풍부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일본의 향토학자 또는 역사학자, 아니면 여행가와 함께 배낭을 메고 고즈넉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뭐 말을 빙빙 돌렸는데, 쉽게 말해서 추리소설답지 않게 매우 격조 높은 소설이란 얘기다.

사실 일본에서 추리에 여행이라는 소재를 더한 여행 미스터리가 붐을 맞이한 것은 니시무라 교타로가 <도쓰가와 경감 시리즈>를 쓴 이후라고 하는데 세이초는 이보다 십 년 앞서 여행 미스터리의 전형을 제시한 것이다.
이제 이 소설의 줄거리로 잠깐 들어가 보자.

소설의 주인공은 무명 소설가인 이세 다다타카라는 사람이다.

처자식은 딸렸지 원고 청탁은 가물에 콩 나듯 들어올 뿐이라 허구한 날 손가락 발가락 빨며 사는 곤궁한 처지다(우째, 본 기자 동병상련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 날 모 잡지의 편집 차장인 하마나카 미쓰오라 자가 찾아와 고액의 원고료를 제시하며 '전설을 찾아가는 벽지 여행'이라는 기행 에세이 연재를 부탁한다.

이세 다다타가는 이게 웬 떡이냐며 원고청탁을 덥석 받아들이고 이 연재를 위해서 두 사람은 기쓰 온천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치 않게 사체 수색을 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다음 날에는 아카시의 히토마루 신사에서 기모노를 입은 묘령의 여인을 목격하는데, 이 여인의 이름은 사카구치 미마코이다.

사카구치 미마코는 주변의 모든 사물을 일일이 숫자로 세는 매우 독특한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로, 연이은 숫자 '35'와 '135'의 중복 출현과 그 이면에 감춰진 힌트를 끌어내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한편 사건의 핵심을 향한 이세의 집요하고 과감한, 그리고 끈질긴 추리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실은 계속해서 꼬리를 감추고, 예상하지 못한 불의의 살인사건은 연이어 벌어진다.

과연 이 소설의 결말은 어떻게 진행될지.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