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주년 맞은 부평아트센터 조경환 관장
   
▲ 전문 극장경영인 조경환 관장은'워커홀릭(일중독자)'으로 알려졌으며, 공연을 찾는 관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조 관장이 부평아트센터 건물 앞에서 팔짱을 낀 채 활짝 웃고 있다.


객석점유율 75%, 수익률 88%, 평가 전문사이트 랭키닷컴 온라인 조회수 전국 1위 … .

지난 달 개관 2주년을 맞은 부평아트센터의 성적표는 깜짝 놀랄 만하다. 부평아트센터는 대관을 주로 하거나 행사장, 집회소로 전락한 인천의 공연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2년 만에 라이센스를 가진 자체연극을 제작할 정도로 전문성을 갖췄으며, 절대로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만만하기까지 하다.

이런 성과는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부평아트센터가 이처럼 짧은 기간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민간 극장경영전문가인 조경환(52) 관장이 있어서 가능했다. 조 관장을 만나 이제 막 두 살이 지난 부평아트센터 얘기를 들어봤다.


'영혼의 치료사' '감동을 파는 가게'.

조경환 관장은 자신이 경영하는 부평아트센터를 그렇게 표현했다.

지난 10일 오후 부평아트센터 관장실을 찾았을 때, 테이블 위로 수북히 쌓인 자료가 고색창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손때가 시커멓게 묻은 두꺼운 대학노트들이었다.

"지난 20여 년 간 극장을 경영하면서 틈틈이 메모해 둔 것들인데요, 지금도 이따금씩 들춰보곤 하지요."
그 노트들은 말하자면 조 관장의 20여 년 '극장경영 노하우'를 집약해 놓은 보물이었다. 노트 종이 한 장, 한 장이 오래 된 아름드리 나무의 나이테처럼 느껴졌다.

테이블 한 켠으로 또 다른 페이퍼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 관장이 기고했던 글이 실린 잡지와 신문들이었다. PT자료 등도 보였다. 어마어마한 자료 속에 파묻혀 사는 '워커홀릭'(일중독자)의 모습이 엿보였다. 짧게 한마디를 물어보면 숨도 안 쉬고 열마디로 대답하는 조 관장과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의 첫 마디는 '빠뜨롱'이란 단어의 개념이었다.

"프랑스에선 극장경영에 있어 빠뜨롱이란 개념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파트너'란 뜻인데요. 프랑스인들은 파트너가 아니면 기부를 하지 않습니다."

조 관장이 추구하는 바는 부평아트센터의 빠뜨롱을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빠뜨롱은 센터의 관객이자 후원자들이라 할 수 있다. 관객을 단순히 돈을 받고 예술을 파는 사람이 아닌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다. 센터가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야외공연은 빠뜨롱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작업 가운데 하나였다.

"야외공연은 공연장에 비해 부담이 없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접할 수 있지요. 무심코 지나가다 만난 야외공연이 마음에 들면 거리의 관객들은 점점 극장 안으로 들어올 것이구요. 그렇게 자꾸 극장에 발걸음을 하다보면 부평아트센터의 가치와 진정성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럼 우리의 빠뜨롱이 되는 것입니다."

빠뜨롱이 많이 생긴다는 것은 부평아트센터를 찾는 사람들과 운영자원이 풍족해진다는 의미다. 이런 빠뜨롱은 야외공연을 통해서도 확보되지만 메인은 당연히 질 높은 공연에서 발현할 수밖에 없다.

부평아트센터는 그동안 주 공연을 공모를 통해 선정한 음악·무용·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8개 프로그램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국카스텐, 갤럭시익스프레스, 허클베리핀, 이장혁 등 인디음악계에서 인정받는 뮤지션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눈여겨볼 점은 당장 객석을 채우기 위해 초대권을 남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천은 물론이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전국의 극장들이 초대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많은 데요, 초대권을 한 번 발행하면 그 다음부터 관객들은 표를 사지 않습니다. 초대권은 극장이 쇠퇴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조 관장은 "초대권을 발행할 경우 적자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공연의 질이 저평가돼 관람태도가 나빠진다"고 경계했다. 그래서인지 부평아트센터의 지난해 극장수입은 10억 원에 가까우며 객석점유율이 75%에 이른다.

조 관장의 중요한 극장경영 철학은 '극장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극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어린이연극캠프는 부평아트센터의 중요한 차별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극장은 미래의 관객을 만드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외국에선 어려서부터 문화적 소양을 많이 키우는 교육이 진행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 부족한 부분을 극장들이 메워줘야 합니다. 그의 말인즉슨, 극장들은 학교교육에서 부족한 평생교육 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며 인성과 책임감 같은 것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평아트센터의 어린이연극프로그램은 바람직한 인성과 문화인으로서의 소양을 키워주는 '공공성'을 지향하는 지역밀착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은 센터의 '호박어린이연극학교'에 참여하며 가족간의 화목이나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배운다. 오는 7월 진행되는 '2012 한일어린이연극캠프'인 '챌린지'는 한일어린이들이 참가하는 4박5일 간의 연극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천시와 자매도시인 기타큐슈와의 교류사업이자 한일 어린이들이 연극으로 소통하는 국제교류의 장이 될 전망이다.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2년,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나름 직업윤리와 소명감으로 뛰어오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것 같아 미안합니다. BTL 사업이므로 경영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산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구상하고 있는 것은 문화나눔 릴레이, 후원회 활성화, 예술전문법인으로 전환 등이다. 후원의 경우 공연장 명칭을 후원사의 이름으로 바꿈으로써 간접홍보를 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까지 세워뒀다.

말을 할 때마나 빛을 발하는 날카로운 안광에서 '감동을 파는 장인'으로서의 면모가 반짝였다.
/글·사진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


● 조경환 관장은 …

-서울 성동고교·중앙대 연극영화학과·중앙대 공연영상학과 예술대학원 석사
-1989년 영지 도쓰(東通) 영상제작부 프로듀서
-1994년 두산그룹 전략기획팀장 입사
-두산그룹 연강재단 연강홀 극장장
-2000~2001년 문화관광부 국립중앙극장 기획팀장
-과천한마당축제 기획홍보실장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
-2009년 부평아트센터 초대 관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