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인연'인천체육회 이규생 사무처장과 송영길 시장 부인 남영신 씨
   
▲ '8살 차이'나이만큼 가방끈 길이도 다르다. 이규생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은 최종 학력 국졸(이후 그는 검정고시로 고등교육을 마쳤다)이었다. 반면 남영신 씨는 이화여대 경제학과 졸업 후 방통대 유아교육과, 중앙대 석사,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박사(학위는 받지 못했다)과정을 수료했다. 봄날, 계양구에 위치한 송영길 시장 자택 앞 공원에서 이 처장과 남 여사가 만났다. 보자마자 서로 얼싸안고 있다.

그에게 그녀는 '사모님'이다. 그녀는 그를 '형'이라 부른다. 별다른 호칭만큼 특별한 인연이다. 노동 현장 '동지'에서 한때 '스승과 제자', 삶 속에선 서로의 '멘토'가 그들의 관계다.

8살 나이차. 어찌보면 다정한 오누이와 같지만 그들에겐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그녀 말을 빌리자면 "그를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내 인생의 길잡이, 영원한 스승"이라 말한다.

바로 이규생(56)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과 남영신(49) 씨의 인연이다. 남영신 씨는 송영길(49) 인천시장의 아내다. 따스한 봄날 햇살 아래, 25년 인연을 듣기위해 그들을 만났다.

1987년, 민주화 항쟁이 들불처럼 번진 그때, 이들의 인연이 시작됐다.

서로의 인생을 통째로 바뀌게 한 만남이다. 당시 그는 그녀를 통해 사회변혁의 꿈을 품었다. 그녀는 그의 뜻에 따라 정치에 입문했다.
그가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택시 회사 노조활동을 시작했을 때다.

"송영길(송 시장은 1987년 연세대 제적 후 현장에서 활동했다) 씨를 만났죠. 그가 책을 건네주면 밤새 읽었습니다."(이규생)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를 자퇴한 그였다. 20년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는 그렇게 시작됐다.
80년대 학번 대학생들의 필독서인 '노동의 역사'란 책이 그의 손에서 닳고 닳았다. 155개 근로기준법을 정리한 문건은 달달 외울 정도였다.

"무식은 유식을 못 이기죠. 아는만큼 행동할 수 있고, 행동하는 지식이 바로 힘입니다."(이규생)

그가 강조한다. 송 시장이 그에게 했던 말이다.
87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그의 의식은 깨어났다. 삶의 지향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목표도 생겼다. 결국 인천시 56개 택시조합을 조직화해내는 원동력이 됐다.
이는 현장 활동가였던 송영길을 정치에 입문케하는 계기가 됐다.

"내가 자리(현장)를 지킬테니 너는 정치를 해라. 더욱 커 사회변혁의 중심에 서라."(이규생)

그가 주문했고, 송영길은 사법고시를 거쳐 2000년 16대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 중도 포기한 학업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도 그때다.

"학력은 언제나 제 열등감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였죠."

2004년 그가 책을 들었다. 사회과학 서적이 아닌 중등교육 교과서였다. 중심엔 남영신(송 시장 아내)가 있었다.

"너무 놀랐죠. 불과 한 달만에 중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할 정도였어요."(남영신)

그랬다. 그의 무서운 집중력은 많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 딱 한 달이 필요했다.

"국·영·수 모든 과목을 가르쳤죠. 이해력이 남달랐어요. 정말이지 아까웠어요."(남영신)

그녀의 조언이 이어졌다.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고등과정은 학원을 택했다. 4개월 후 그는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배움에 대한 응어리가 풀렸고, 인천시민대 체육학과와 한국외국어대 사이버대학 중국어학과를 졸업하게 한 힘이 됐다.
그들은 그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수학이 가장 어려웠어요. 이해가 안 돼 몇 번이고 질문을 했는데, (사모님)얼굴 표정이 바뀌었죠."(이규생)

"학교 정규과정을 가르치긴 처음이었죠. 돌이켜보면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어요."(남영신)

그는 최근 송도에 개교한 뉴욕주립대 최고경영자 과정에 입학했다.
송 시장은 뉴욕주립대 교수로 강단에 선다. 과거 그와 그녀가 맺었던 사제관계를 이제는 그와 그녀의 남편이 재연한다.

"배움엔 끝이 없죠. 주어진 환경은 아무것도 아닙니다."(이규생)

그가 말한다. 배움을 통해 사회적 성공을 이루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산소같은 역할의 인간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말한다.
배움이란,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장시켜야죠. 그것이 이 땅에 함께 사는 한 인간의 도리입니다."(이규생)

그의 말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그는 12년 전 송영길 시장 국회 입성부터 그녀를 사모님이라 칭했다. 물론 그전까지는 '영신'이었다.

/글·사진 배인성기자 isb@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