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천

'인간'에 대한 근원을 탐구하는 책 속으로 빠져들어 갈까 한다. 인간의 근원을 탐구한다고 해서 난해한 철학책은 아니다. 상식이 진리에 통하는 관문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책. 바로 생물학자이자 과학에세이스트 최재천 교수의 <다윈 지능>이란 책이다.

최재천 교수는 <다윈 지능>을 통해서 인류와 생물계 전체의 뿌리와 진화과정을 최초로 명쾌하게 밝힌 과학철학자 다윈의 <종의 기원>을 중심으로 그의 진화론을 쉽게 해설하고 있다. 찰스 다윈이 후대 과학과 철학 등 인문학 그리고 인류에게 미친 영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며 뿌리가 깊다. 지금부터 원고지 10매의 협소한 지면이지만 다윈의 위대하고 광대한 세계로 독자들을 '짧고 굵게' 안내하겠다.

찰스 다윈 이전의 서양의 세계관은 플라톤의 '본질주의'와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플라톤은 이 세상을 영원불별의 이데아 또는 전형으로 이뤄졌다고 보았다. 그러한 본질과 전형으로부터의 '변이'(이 말 참 중요한 개념이다. 밑줄 쫙!)는 진리의 불완전한 투영에 불과하다고 본다. 따라서 생물의 종들은 '영원불변의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게 바로 플라톤의 세계관이자 관념이었다. 이 같은 플라톤의 세계관은 기독교의 우주와 생물체들이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세계관과 과거 개그맨 이경규가 짜장라면 광고에서 외쳤던 카피문구처럼 '짜연스럽게' 이어진다.

아, 이데아, 전형, 창조론이 뭐냐는 독자들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쉽게 요약하자면 플라톤에서 시작해 기독교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 서양세계는 우주와 인류 및 생물 세계를 결코 변하지 않는 고정화된 세계로 보아왔던 것이다. 다시 쉽게 개념화하면 플라톤 철학과 기독교에서 바라보는 이 세상은 한마디로 콘크리트 덩어리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윈은 플라톤이 불완전한 그림자로 지정한 변이야말로 이 세상에 실존하며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라는 것을 밝혀낸다. 어떻게? 바로 '진화론'을 통해서 말이다.

그럼 진화란 무엇인가? 진화란 변화(변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생물의 형질이 유전자라는 정보물질을 통하여 전파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다윈은 진화론을 통해 생물계에서 진화라는 진리를 밝혀냈는데, 진화는 비단 생물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와 인류의 역사, 사회, 경제 전반을 총알처럼 관통한다. 그래서 에른스트 마이어 하버드대 교수는 "진화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 신비로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정의했다.

다윈은 1858년 린네학회에서 진화가 일어나기 위해선 변이, 유전, 경쟁, 자연선택이란 네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면 관계상 진화의 네 가지 조건을 일일이 설명하긴 곤란하다. 최재천 교수가 <다윈 지능>에서 아주 재밌는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기를 바란다.

다만 변이의 중요성을 드는 예를 하나 소개하는 걸로 글을 갈무리하도록 하겠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행이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수백만 마리의 닭들이 몰살하고 만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철새, 야생조류를 통해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철새들은 아주 소수의 몇 마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들어 죽을 뿐이다. 오로지 양계장의 닭들만이 수백만 마리 떼죽음을 당한다. 그 이유는 야생조류들은 변이를 통해 유전자의 다양성을 유지한 반면 양계장 닭들은 오랜 세월 알을 잘 낳는 닭들을 가려내는 인위적 선택 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복제닭 수준의 빈곤한 유전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그만큼 바이러스에 쉽게 집단적으로 감염되기 때문이다.

본 기자 학창시절, 한 기독교도 학생으로부터 "어떻게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냐는 말을 믿을 수 있냐"는 힐문을 당한 적이 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성경(창세기) 말씀을 믿고 있는 그 학생에게는 원숭이와 인간이 동격이라는 것이 끔찍한 악몽일 수도 있겠는데, 미안하지만 진화론에서는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인간과 유전자가 98.7% 동일한 침팬지면 모를까.

그 무식하지만 용감한(?) 학생에게 "인간이란 동물도 결국 이 세상 모든 다른 생물들과 근본적으로 한 가족"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바로 이 말이 진화론이 주장하는 핵심이다!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에 하나인 이유이기도 하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