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성 체육부 기자
   
 


축구화가 말썽이다. 중국 단둥에서 생산된 '아리축구화' 이야기다.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단둥에 약 5억 원을 투자해 축구화공장을 차렸다. 이곳에 북측 근로자 20여 명을 고용해 연간 1만 켤레의 수제축구화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제대로 이뤄지면 새로운 개념의 남북경제협력이 성사되는 셈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북측 근로자는 아직도 취업비자 없이 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국내에 반입된 축구화가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관세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어쩌다가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주요 원인은 인천시와 북한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는 (사)남북체육교류협회를 꼽을 수 있다.

남북체육교류협회는 말 그대로 스포츠를 통한 남북 교류를 추진하는 단체다. 서류상으론 안종복 전 인천 유나이티드 사장이 대표로 있다. 이 단체는 과거 안상수 인천시장 시절부터 인천과 북측의 체육교류를 담당해 왔다. 인천시는 이 단체를 통해 단둥 축구화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매년 중국 쿤밍에서 열리는 '인천 평화컵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주최, 북측의 4·25축구단을 초청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스포츠를 통한 북측과의 교류를 통해 남북화해평화를 추구하는 송영길 시장의 정치노선을 감안할 때 인천시에 매우 중요한 단체다.

문제는 인천시의 경우 이 단체를 제외하곤 북측과 교류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천시가 이 단체에 끌려다니기 일쑤다. 올해 초 열린 인천컵 쿤밍대회에서 북측이 일방적으로 참가를 거부해도 인천시는 제대로 항의 한 번 할 수 없었다.

또 중국당국이 단둥 축구화공장 북측 근로자에게 취업비자를 내주지 않아도 이 단체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단체가 일방적으로 원산지 표시없이 축구화를 일반에 팔아도 인천시는 손 쓸 방법이 없는 상태다.
중앙정부를 거치지 않고 자치단체 스스로의 대북 교류를 통해 정치적 입지를 굳히려는 송 시장 입장을 이용해 (사)남북체육교류협회가 활동하고 있는 꼴이다.
이쯤되자 인천체육계 안팎에선 새로운 대북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안으론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떠오르고 있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남과 북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OCA가 새로운 대북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