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평수의 아파트 단지에 동대표 회장의 일을 맡게 된 이가 있었다. 회장으로 일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돼서 회장의 부인은 남편이 관리소에 있으면 전화를 해서 당당하게 『나 회장님 사모님인데 회장님 바꿔』하곤 했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자신을 「회장님 사모님」으로 지칭하는 당찬 모습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그런 행동을 어리석은 짓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건 그녀의 남편이 회장이지 자신이 곧 그 곳의 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흔히 여자의 지위는 그 남편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 팔자는 뒤웅박」이라고도 하고, 군인 사택에서는 「남편의 지위가 곧 아내의 지위」라는 식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물론 그 남편이 출세하고 성공하기까지 아내의 수고가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아내가 사회에서 혹은 어느 단체에서 인정을 받으면 남편들의 위치는 어떻게 되는가. 주위의 시선들은 잘난 아내를 둔 못난 남편으로 보는 일이 흔하다.

 여자의 지위가 그녀의 재능보다 한 남자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이 보다 더한 모순이 어디 있겠는가? 남편에 의해 얻어지는 지위는 남편을 인정하는 사회의 예우이지 여자에 대한 진정한 찬사와 인정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남편을 위해 아내의 수고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이 인정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데 인색하지 말고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사고와 스스로 서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장숙경(인천여성의 전화 회원, 성교육강사)